2 녹스 -5

여자는 운명이라는 사슬의 고리를 스스로 감지해 놓은 채 ........

by 이규만

여자는 운명이라는 사슬의 고리를 스스로 감지해 놓은 채 문득 떠오른 태동의 그늘을 외면하며 실수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만 보고 실지로 확인하지 않으면 믿지 않으려는 경향이 짙다.

따갑고 세차게 파고들어 오려는 그 기운을 밀어내려고 한다. 절대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지독하게 연민하지 않으려고 했었다. 그리고 언니의 일과 결부시키고 싶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내려와 아파트 건물 정문 앞을 막 나서려던 참이었다. 막 유리문을 열어젖히려는 순간이었다. 참새 두 마리가 갑자기 날아들더니 유리문에 부딪혀 후드득 차례로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졌다. 그들 둘은 나란히 날개 죽지를 퍼덕이며 고통으로 얼버무려진 자신들의 몸뚱이를 가누는 중이었다. 나는 한동안 그들 모습을 지켜봤다. 조짐이 너무 안 좋았다. 그들이 어째서 왜 유독 내가 집을 나서려고 하던 참에 마침 바로 때를 맞춰 날아 들어와 내 앞에 떨어졌는지를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그들이 나를 알아보고 운명의 치레를 했던 것인지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루의 일정을 생각했고 내가 오늘 움직일 동선계획 등을 어슴푸레 예상하고 그렸다. 우선은 운전해야 하고 성남에 p 크루아상 공장 본사 방문이었다. 전녹중 계장과 약속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차를 운전하지 말라는 건가. 성남, 가지 말라는 건가. 아무래도 찝찝하기 이를 데 없었다. 영물이라지만 그들이 내게 향한 메시지 같은 것이 전해졌다. 차라리 꿈이었다면 개꿈보다 못할 해몽을 했었을 것인데 너무도 생생하게 내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이라 안 좋은 일들만 결부시켜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와서 치우겠지. 아파트 경비가 와서 치우던가. 이웃 사람이 거길 지나다가 거길 봤어도 나처럼 안 좋게 생각하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참새들을 그대로 놔두고 나는 급히 아파트 건물 사이를 벗어나 차에 이르렀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고 차를 몰았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렇지만 그럴수록 새들이 내 앞에 이르러 유리문에 세차게 부딪히는 광경이 계속 떠올랐다.

참새 두 마리가 아침에 고도를 낮춰 날아들었다. 유리문에 부딪혀 쓰러졌다. 사람으로 치면 골절상으로 바로 119에 신고하여 구급차로 옮겨야 할 일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들을 본체만체 외면하고 그 곁을 빠르게 벗어났다.

운전을 최대한 조심하면서 성남에 도착해서야, p 크루아상 정문에 이르러서야 잊고 말았다. 전녹중 계장을 만나고 회포를 푸는 사이에 그 일은 까마득하게 사라졌다. 그런데 형부로부터 문자 한 통을 덜렁 받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침에 일어난 참상이 그대로 떠올랐다. 참새 두 마리가 나와 언니가 아닌가. 그렇게 액땜하고 싶었다. 그 운명의 지침을 그대로 따라간다 한들 별로 달라질 것은 없었지만 언니의 모습 그대로 나 또한 닮지 않으란 것도 없었다. 언니가 나를 불러낸 것이다.

언니 안 본 지 오래됐네. 이년 만인가, 삼 년 만인가. 연수를 낳고 자주 왕래가 빈번했었는데. 여자의 일생 한가운데 섰다. 아픈 언니를 계속 바라보면서.


2. 녹스(NOX).


“당신 얼굴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니야. 요즈음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가 봐.”

“쉬엄쉬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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