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녹스 -7

by 이규만

내가 잠깐 그 가게에서 일한 것을 말한 것은 아닐까. 그걸 빌미로 하여 나를 설득하여 달라고. 그렇지만 남편이 안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 그 사실이 그 일이 지금 와서 부끄럽고 치유할 수 없는 상처라고 말하기에 그리 대단한 것도 없었고 과거의 부끄러운 형상이라고 남편이 비난할 여지도 못 되는 일이었다. 몇 년을 같이 살아왔지만 그러한 일로 나를 몰아칠 위인이 아니라는. 더군다나 애가 둘씩이나 있는 상황에 내민 카드로는 적절하지 못하다. 당신, 술집에서 일한 적 있었다며? 그게 뭐? 아니 그냥 그랬다고. 남편이 그렇게 물어봤어도 내 대답도 시큰둥하게 넘겨버렸을 것 같다. 그게 청이 남편에게 내놓았던 마지막 카드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

이도 저도 안 되는 상황에 내가 남편 말은 들을 것이라 예상했나 보다. 비장한 카드를 꺼냈을 때 청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는 추측하게 했다. 그만큼 청은 다급했었나?

끝끝내 남편이 청의 어떤 말을 듣고 내게 그렇게 화를 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둘이 무슨 이야기가 오갔고 그것을 위한 둘만의 계약이 성립되었는지를. 궁금하긴 했지만, 자꾸 캐서 묻기 곤란할 것 같았다. 분위기가 그렇지 않았다. 나중에 꼭 물어봐야지. 남편한테.

돌아가기로 했다. 청에 말했다.

“진작 그럴 것이지. 우리 엄마도 영원히 네가 모르게 지나가는 거였는데. 괜히 들쑤셔서 좋은 것은 없었어.”

청이는 석연치 않은 표정이었다. 그러다 이내 안도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연수가 보고 싶었다. 빨리 그 아이를 안고 싶었다. 헤네시 코냑에 얼얼해진 것을 없애고 싶었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초콜릿 좀 없어? 당이 부족한가. 청한테 떼를 썼다.

“빨리 데려다줘. 연수한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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