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조우(遭遇) -8

by 이규만

말로만 들었지 실지로 얼굴을 보지 못한 상황이라 그때 그 여자가 종임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그 당시 나는 묘한 질투심이 일어서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았었다. 그 시절에 나는 승동을 애타게 바라만 보고 있을 적이었다. 첫사랑이라고 말하기조차 모호한 구석이 있어 아쉬울 대로 아쉬운 무 말라깽이 같은 쪼그라진 인연밖에는 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그녀와 어떻게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지. 그녀는 우아하고 애들처럼 너무나 고왔다. 단란하고 행복을 담고 사는 전형적인 여자의 우렁각시 모습이 그려졌다. 달팽이집과 가게가 한데 어우러져 단란한 한때를 꿈꾸게 행복으로 여미는 중이었다.

가게는 너무 화려했다. 넓어서 안에 모습을 한꺼번에 다 볼 수 없었지만, 아틀리에 이상이었다. 미술 작품들이 여기저기 걸려있었고, 벽지는 아예 데생 작품으로 도배해 놓았다. 한 번 온 손님이라면 그림이 인상 깊어 오고 싶을 거라.

자리에 앉자마자 왁자지껄 이었다. 애들끼리 모이니 신났다. 그러자 승동이 여러 손님이 앉아있는 모습을 가리키며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고 침묵하도록 종용했다. 그 바람에 그의 좀 짧은 집게손가락이 확연하게 보였다. 그가 운전할 때 살폈던 손가락이 자연스러웠는데 입술에 갖다 댄 손가락은 왠지 짧아 보였다. 자꾸 손가락에 눈이 갔다.

“어이쿠 도대체 숙녀분들이 몇 명이예요?”

“세 명.”

막내 혜지가 손가락으로 깜찍하게 셋을 표시했다.

“아냐. 아냐. 여기 두 분 또 오셨으니까, 다섯 명이지. 그러니까 더 시끄러워져요. 접시가 깨지겠죠?”

평소 집에 있을 때 수세(守勢)에 몰리니, 승동이 늘 하던 방식으로 애들을 타 이르는 모습인가.

“아빠. 틀렸어.”

또랑또랑한 큰딸 민지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왜?”

“다섯 분이지. 다섯 명 말고 오 분.”

“아 맞다. 맞아. 아빠가 깜박했네. 여기 숙녀 두 분을 포함해서 다섯 명이 아니고, 다섯 분.”

민지가 오른손을 들어 손바닥을 펴 보이며, 다섯을 표시하고 이내 손가락으로 총 쏘는 시늉을 해 보였다. 그리고 눈으로는 깜찍하게 윙크하면서 살인미소를 날렸다. 승동은 금방 총에 맞은 것같이 쓰러지는 척했다. 나도 모르게 너무 웃겨서 크게 웃고 말았다.

“아이. 오빠는 여기서 그러면 어떻게?”

종임은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나처럼 따라 웃고 있었다. 혜지는 민지가 그렇게 된 것이 부러워서 마냥 좇아서 하기 바빴다. 그래도 귀여웠다. 옆에 연수도 같이 웃었다. 벌써 연수는 이들 가족에게 동화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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