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임도 가끔 애들 때문에 과민반응 보이는 때가 있지. 그때는 말을 최대한 안 하는 것이 상수야. 바뀌어도 너무 많이 바뀌었다. 예전 나를 공장에서 일할 때 소리치고 우격다짐 식으로 말하던 때와는 판이하였다. 하긴 좀 전에 애들 다루는 말솜씨를 보면, 보통이 아니었다. 나도 잠시 답답한 속내를 가만히 달래었다. 하마터면 애가 네 살 때 다친 손가락을 이야기하려 했다. 그걸 그가 연관 지을까 봐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 그가 운전할 때와 애들을 조용히 하라고 입술에 갖다 댄 손가락. -상흔이 거기 묻어 있을 거야. 세월 속에 묻혔을까. 별달라진 바가 없는 거 같았다. 그저 옆에서 들춰내지만 않는다면 아무 일이 없었다. 그 아이가 집게손가락을 온전치 않다는 것 때문에 애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아이는 특별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연수는 다른 애와 달라. 다르다고. 어이구. 어련하겠어? 그럼 누구 딸인데 전 애숙이 낳은 고귀한 자식인걸.
말이 없이 걷다가, 탄천에 물오리들을 보았다. 가만히 그들이 노는 모습을 둘이 지켜보다, 내가 먼저 생각이 나서 물었다.
“안에 인테리어 승동 씨가 다 꾸민 거야?”
“그림만 내가 그린 거야. 아폴로 하고 줄리안 전신은 내가 그린 거 그대로 벽지로 넣은 거고.”
“너무 인상적이었어. 그 이후에 승동 씨가 뭐 하고 지내는지도 보여주는 그림 같던데?”
“그 이후?”
“그래. 그 이후.”
친구들 도움으로 그림 공부를 해 단국대학교천안캠퍼스에 들어갔지. 졸업을 하자마자 종임과 결혼을 하고 두 딸을 낳았다. 그리고 대학 시간강사와 미술학원 데생 강사로 분주히 움직이다가 종임의 권유로 P 바게트 직영점을 오픈하고 점점 더 크게 가게를 확장하고 레스토랑까지 겸하게 됐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대충 그러했다. 그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미련이 많이 남았어. 내 꿈은 어느 정도 이룬 거 같았지만, 뭔가 빠져 있다는 느낌들. 그것을 배제할 수가 없었어.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내 꿈은 그림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어. 왜 그런 거 있잖아. 초등학생 때 선생님이 내준 숙제 같다는 느낌이었어. 늘 마음에 부담으로 남아서 해야지 하면서도 집중해서 막상 하려면 썩 내키지 않고 완성되지 않은 아틀리에 그림처럼 미제로 날 괴롭혔지.”
“그러면 원래 다른 꿈이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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