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1학년이 끝나고 2~3학년 접어들면서
첫 사랑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모든 사랑에는 자아도취의 감정이 상당히 섞여있다
타인에 대한 사랑이라기 보다는
사랑을 하는 스스로에게 취하는 면이 더 크달까?
그래서 아직도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알기가 참 어렵다
시끌벅쩍 요란했던 첫사랑 놀이가 끝나자마자
또래 여자애들 치고는 상당히 늦은 단짝 놀이에 빠졌다
시골에서 전학온 키가 크고 덩치도 큰
순박한 여자애와 나는 단짝이 되었다
참 착한 친구였다
나는 내가 막 이 동네로 전학왔을때
깍쟁이들 텃새에 고생했던 기억이 나서 그랬는지
그 친구에게 먼저 다가갔던 거 같다
등학교는 항상 같이 했다
등교길에 나는 항상 하늘을 봤다
하늘이 대부분 너무 예뻐서 기분이 좋은 날이 많았다
그 친구 팔짱을 끼고 하늘을 보는 게 너무 좋았다
비오는 여름에 깔깔거리며
그 친구와 비를 맞고 우리집까지 뛰어갔던 기억
엄마가 빙수를 만들어주셨던 기억 같은 게 선하다
이 친구와 첫 사랑 학교길도
적지 않게 쫒아다녔던 걸보면
그게 중1~중 2학년 정도였던가보다
중학교 3학년 같은 반 친구 중에
보이쉬한 친구가 있었다
씩씩하고 공부도 꽤 잘하고 착한,
외모가 상당히 남자같은 여자아이.
우리반 애들 대부분이 그 아이를 좋아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인지는 모르지만
그 친구와 나는 단짝이 되었다
매일 하교후에 그 친구와 통화를 했다
1시간은 기본, 2시간이 넘어가는 때도 허다했다
매일 학교에서 보는 데
뭐 그리 할말이 많았던지
우리는 정말 징그럽게 붙어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반은 연애 감정과 흡사했던 거 같다
왜 인지 모르겠지만 여자애들 사이에는
이런 관계가 상당히 많이 형성되는 거 같다
나만의 친구. 나와 가장 친한 친구
즉 단짝이 되면 연인과 같은 독점성을 가진다
나는 이런 단짝 친구를 학창 시절에
3명 정도 만났는데 지금의 잣대로 판단하면
둘다 정상적이고 건강한 관계는 아니었지 싶다
감정적으로 독점을 요구하기도 하고
서로에 대한 집착과 헌신을 이행해야 하는,
흡사 건전하지 않은 연애와도 유사한 거 같다
누구에게나 학창 시절에
친구가 전부인 시기가 오게 되는 거 같다
그 시기에는 친구가 전부이고
나에겐 너무 중요하고 소중한 의미가 된다
아마도 성인이 되어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한
일종의 예행 연습? 작은 실패의 경험?
이라고 보면 되려나
중3 내내 붙어다니던 단짝과는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남녀 분반을 하던 어중간한 남녀공학에서
여자들만 바글바글한 여고로 배치됬다
그렇지만 그녀와는 다른 반이 되었다
다른 반이 되어 몸이 멀어지니
자연스레 단짝에게는 다른 단짝이 생겼다
나는 상실감에 홀로 괴로워했다
구 단짝에게 연락이 와도 차갑게 외면했다
그녀는 한동안 나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장문의 편지를 쥐어주며 노력했지만
상실감에 돌아선 철부지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풀기엔 역부족이었다
내 딴에는 그게 첫 이별같은 느낌이었다
새로 진학한 고등학교에서
나도 새 단짝을 만났다
이전 단짝이
모두가 좋아하는 만인의 연인같은 아이었다면
이번 단짝은
조용하고 있는 듯 없는 듯한 친구었다
그렇지만 굉장히 조숙하고 비범한 친구이기도 했다
내게 그 아이는 참 똑똑해보였다
감정적이지 않았다
스스로 감정을 잘 통제하는 듯 보였다
감정을 알아채고 잘 다루는 게 미숙했던 나에게
그 아이는 특별해 보였다
이전 단짝에게 늘 많은 것을 요구했던 나는
이번 단짝에게는 내가 먼저 주려고 노력했다
그 당시 이유는 잘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아이에게 빈곳이 많이 느껴졌던 거 같다
그 친구는 항상 외로워보였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고
그래서 더 애처로워보이는 친구였다
내가 다가갈수록 더 건네줄수록
그 친구는 걱정이 많았다
언젠가 내가 그 마음을 거둬드리는 순간
본인이 상실감을 겪을 것 같다며 걱정했다
어린 나이에 그런 걸 이미 알았다는 건
이미 그런 결핍감이 있었던 거 같다
그 친구의 예감대로
내 일방적인 마음의 전달은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던 거 같다
그 친구와 또 다른 반으로 갈라지면서
자연스레 내 마음의 온도도 식었으니까.
이전 단짝에게 내가 느낀 상실감을
이번 단짝에게는 내가 주었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하면 참 미안하다
건강한 사랑과 우정을 알고 행하기에는
내가 너무 어렸고 미성숙했다
심지어 이 친구 이름도 생각이 나지 않는데
부디 너의 결핍감을 충만히 채우며
행복하게 살고 있길 바래본다
남녀분반 중학교 이후에 여고를 다니면서
남자라는 염색체를 접할 기회가 없다보니
중고등 시절 나의 인간관계는
온통 여자친구들 뿐이네
신이 남녀를 각각 만들어둔 이유가 있는데
성별을 억지로 갈라놓은 환경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건 사뭇 아쉽다
(물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지만)
주어진 환경 속에서
나는 나름 다양한 관계를 형성했고
아마도 점차 더 나은 인간 관계를 맺기 위한
교훈을 얻으며 성장했으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더 나은 어른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줬던
그 시절 내 단짝 친구들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추억 속 단짝 3명 중에서는
유일하게 1명만 아직까지 연락을 하고 지내는데
나머지 2명의 삶 속에서도 부디 내가 좋은 추억으로 남았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