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망할 대전

by 남상봉

일요일 오전 11시.

빌라와 상가아파트가 모여있는 터에 자리 잡은 교회.

예배를 드리려 성도들이 모이고 성전 안은 거룩한 찬송이 울려 퍼진다.

이윽고 예복을 차려입은 육십에 가까운 근엄한 목사의 설교가 시작되는데...

-하나님께서는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둘을 한 몸 되게 하셨으니 이제 둘이 아니고 한 몸입니다. 남편 된 자는 아내를 목숨처럼 사랑하고 아낄 것이며 어떠한 경우에도 아내를 학대하거나 냉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직 아내 된 자를 생명으로 대하고 존중할 것이며...

여기까지 설교를 하고 목사는 음성을 낮춰

-하나님의 명령을 따르고 남편은 아내 대하기를 공경스럽게 할 것이며...

이때,

-너부터 그렇게 해 봐라. 어제 얻어맞은 옆구리가 아직도 욱신 욱신 하다...

고요한 중에 사모의 찬물 끼얹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모두가 어수선 해질 찰나 목사는 숨을 고르더니

-저 여편네 같은 여자는 몽둥이가 약입니다.

-뭐야! 무식한 목사 놈이...

사모의 욕에 뒤질세라 목사의 일갈에 예배를 보던 성도들이 하나 둘 떠나고 둘만 남은 상황.

제 오차 망할 대전은 빈 성전 안에서 목사와 사모만 남아 피를 튀기는 싸움으로 진행 됐다는...

keyword
이전 22화아름다운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