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탔다.
내 앞에 두 여자가 있었고 그 앞에 좀비 같은 남자가 운동복 차림으로 앉아 있었다.
버스가 삼산동을 너머 갈산시장 방면으로 가고 있었다.
두 여자는 내내 다정하게 얘기를 하고 있었다. 친한 친구 사이로 보였다.
좀비는 아무 말 없이 가다가 부평구청역에서 내렸다.
그러자 두 여자가 동시에 좀비를 쳐다보았다.
거의 감탄스러운 시선으로, 둘은 좀비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저런 놈을 넋 놓고 본다면 나는?"
자부하며,
시장역에서 하차하려고 뒷 문 앞에 섰다.
그리고
그녀들이 내게 시선을 주나 안 주나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보았으나, 그들은 나 따윈 안중에도 없이 서로 떠들고 있었다.
'좀비는 보면서 나는 안 봐?'
나는 운동복에 비하면 월등한 외모를 가졌다고 자부하고 있었기에, 그녀들이 나를 바라볼 때까지 오기로 정차역을 지나쳤다.
버스가 백마장 입구에 설 때 까지도 그녀들은 내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속으로 은근히 부아가 치미는
그때,
좀비가 앉았던 의자에서 벨 소리가 났다. 두 여자가 화들짝 놀라며 외쳤다.
"어머, 영민이가 핸드폰을 놓고 갔네. 영민아. 영희 누나다. 그래. 부평역으로 와라. 거기서 핸드폰 전달해 줄게..."
나는 그제야 두 여자가 좀비를 사랑스레 쳐다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한길 안과에서 내린 나는 지나쳐온 보건소로 가기 위해 또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날이 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