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에 가지 못한 나는 속리산 법주사서 머리를 깎고 행자가 되었다.
그러나 스님이 되려던 결심은 삼일 만에 무너지고 곧장 국립서울정신병원에 입원하였다.
퇴원 후 여러 직장을 전전하다 스물둘에 다시 머리를 깎았으나 또 실패.
환속 후 얼마 안 있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는 방황의 세월을 이어갔다.
두어 번의 정신병원 생활 후 이윽고 교도소 수감을 마치고 나오니 서른.
다시 정신병원 생활로 시간을 보내다 마흔에 퇴원해 돈을 모아 마흔둘에 지금의 아내와 살림을 차렸다.
이후 십여 년의 직장 생활로 전세 자금을 얻어 내 집은 아니지만 집도 마련했다.
은퇴하고 어릴 때부터 꿈꾸었던 시인과 소설가의 길을 상금도 받고 등단도 하여 작은 목표를 이루었다.
결론적으로 내가 대학교에 못 간 것은 머리가 안 되기 때문이지만 역시 공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대신 글재주가 있어 이곳저곳서 당선되고 상금과 상장을 받는데 그 모든 걸 사 년 제 대학과 바꾸었으면 좋겠다.
좀 슬프다.
내가 지금보다 이름을 더 날리고 유명해져도 나는 어쩔 수 없는 고졸 작가다.
뭐,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