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이유

by 남상봉

중학교 2학년 어느 날.
엄마는 식빵을 구워 설탕을 잔뜩 발라 도시락을 싸 주셨다.

엄마는 그것이 특식인 양 가방 속에 넣어 주셨지만 나는 방과 후에 집에서 먹었다.

그것은 특식 맞았다. 매일 밥에다 조그만 병 속에 김치만 넣어주시던 엄마의 배려였다.

삼 년 내내 그랬다.
밥에 김치.
나는 햄과 불고기를 싸 오는 애들 앞에서 내 반찬을 내밀 용기가 안 났다.

나는 왜 가난할까?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해 오던 질문은 중학교 졸업까지 이어졌다.

드디어 그 의문이 고등학교 1학년 때 풀렸다.

" 집에 전화 없는 사람 나와..."

담임 안길남 선생이 소리칠 때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나가며 속으로 읊조렸다.

" 내가 가난한 건 이 세상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나란 생명이 태어나지 않았으면 이 가난도 없다. 내 결코 이 가난을 후세에게 남기지 않으련다. 결코 애를 낳지 않으련다."

이리하여 가난의 족쇄는 남상봉에서 종말을 고하고 대가 끊어진 족보가 어디선가 숨어 있을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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