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이야기
그날 나는 개를 끌고 물이 있는 무덤가로 갔다. 나는 그 개를 누돌이라 불렀다.
족보도 없고 이름도 없는 잡종이었으나 놈은 나를 무척 따랐다.
당시 열다섯 살이었던 나는 집에서 가까운 물가에서 한가하게 앉아 있다 무덤을 배게 삼아 잠이 들었다.
오월 봄 햇살이 따사로운 가운데 어느새 깊은 잠에 빠진 나는 한참을 꿈나라에 빠져 있었다.
얼마나 잤을까. 약간의 한기에 눈을 떴다. 눈을 뜨고 고개를 좌우로 살피던 나는 깜짝 놀랐다.
내가 잠들어 있던 무덤가 좌우 풀이 불에 타다 꺼진 흔적이 있었고 내 바로 옆에 누돌이가 잠들어 있었다.
누돌이는 죽어 있었다. 전신의 털이 까맣게 그을린 채로...
나는 멍하니 앉아 잠시 후 사태를 알 수 있었다.
나는 잠을 자고 있다. 깊은 잠에 빠져 있는데 저 쪽에서 불이 난다.
누돌이가 나를 깨우려 하고 불은 점점 내 쪽으로 번져온다.
누돌이는 내가 깨워도 일어나지 않자 털에 물을 묻혀 풀밭을 마구 뒹군다.
한 번 두 번 열 번...
내 주위로 불이 옮겨 붙지 않도록 생명을 내던져 주인을 보호한다.
그렇게 누돌이는 죽었다.
일곱 살 때 읽었던 책의 내용을 각색했다. 인간을 향한 개들의 충성심에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