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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상봉 Jan 07. 2025

5초 만에

지난여름이다. 아내와 함께 부평역에서 갈산동 우리 집까지 걸어오고 있었다.

갈산동을 오려면 시장역. 구청역을 지나는 좀 먼 거리였다.

그 길을 날도 좋겠다. 기분도 좋겠다. 아내와 손을 잡고 랄랄라 걷고 있었다.

초여름 날씨가 따듯하니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오는 길을 이쪽저쪽 구경도 하며 시장역을 지날 즈음.

공사장에서 덤프트럭 한 대가 후진하고 있었다. 우린 얼른 비껴 건너왔다.

그리고, 보고 싶어 본 것은 아니었는데 우리 뒤로 자전거를 끌고 한 여자가 따라왔다.

이십 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아리따운 여자가, 아~씨. 후진하는 덤프트럭 뒷바퀴에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아야! 할 새도 없었다. 그녀의 발은 순식간에 반이 잘려 나갔고 사람들이 몰려왔다.

이곳저곳서 119를 불렀고 트럭 운전수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와중에...

구급차가 도착했다. 구급대원은 즉시 여성의 발에 무색 액체를 뿌려댔다.

그제야 이 여성은 아프다는 소리를 했다.

앰뷸런스에 실려 여자는 떠나고...

이런 것이다. 그 여성은 멀쩡한 몸에서 장애가 되는데 5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것도 이십 대에...

 그녀는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세상을. 부모를. 화물차 기사를. 또한 자신을 원망할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세상살이, 육신 건강하고 멀쩡 하다고 뻐길 거 하나 없다.

정확히 5초 만에 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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