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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정 Feb 16. 2023

한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

아이를 키우다 보니 마음 깊이 체감하는 말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예전 농경시대에는 온마을이 같이 밭일을 하고, 다 같이 각 가정의 사정을 알고 지냈기에 그렇게 힘든 일과 속에서도 아이를 여럿 낳고 키우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어르신들의 육아가 고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지켜보는 눈이 많을수록 육아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현대 시대에 부모 없이 옆집 아무 데나 가서 밥을 얻어먹는 일은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타인들의 배려로 아이를 키우고 있음을 체감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지나다닐 때 반갑게 인사해 주시는 분들이다. 한두 살 영아들은 여기저기 손 흔들며 인사해 대기 바쁜 월령인데, 그럴 때마다 아이가 외면당하지 않게 애써 웃어주시는 분들 말이다.


"어머 너 귀엽다~ 안녕". 한 마디지만, 바쁜 와중에 웃어가며 대꾸해 주는 것도 감정소모다. 그래서 인사 한번 해주시고 나면 최대한 다시는 말씀하실 일이 없도록 노력하는 편인데, 사실 같은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실패로 돌아간다. 그래도 대부분의 어른들은 끝까지 아이를 상냥하게 상대해 준다.


강아지를 만날 때마다 강아지와 반갑게 인사할 수 있게 도와주시는 견주분들. 혹여나 강아지가 짖거나 물어서 불미스러운 일에 엮일까 걱정할 터인데, 그래도 아이와 부모가 민망하지 않게 도와주신다. 그럴 때 나는 아이에게 "강아지가 놀라지 않게 멍멍이의 기분도 생각해줘야 한다"라고 먼저 말을 꺼낸다.


세상에 태어나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이 기쁜 마음으로 손을 흔들었을 때, 외면당하지 않고 환영받는다는 기억은 정말 중요한 경험이 된다. 그저 '내 아이를 귀여워해줘서'의 문제를 넘어서 한 사람의 성장과정에서 좋은 기억을 남겨주는 것. 훌륭한 일들을 해주시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마크하며 챙기다 보면 제대로 된 인사를 드리지 못할 때가 많아 아쉽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며 이제는 나도 더 용기를 내어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나의 인사가 그리고 당신의 인사가, 우리의 하루를 더 희망차고 기쁘게 만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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