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수업 중이던 큰아이가 갑자기 이명과 어지럼증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 주말을 집에서 보내고 학교에 데려다주고 막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차를 돌려 학교로 가는 동안 조금씩 불안해지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아이를 데리고 이비인후과에 다녀왔다. 몇 가지 검사를 한 후 다행히 이상 없다는 말을 들었지만, 의사 선생님은 확인차 사흘 뒤에 다시 진료를 보자고 하셨다.
다시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긴장이 풀어져서 그런지 갑자기 당이 뚝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달콤한 소보로빵 한 입 아니면 짱구 과자 한 움큼이 간절하게 떠올랐다. 집 근처 카페에 들러 찹쌀로 만든 호두과자를 사서 두 개만 먹을까? 운전하는 내내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렇지만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다. 이런 순간에는 그냥 눈 딱 감고 지나치면 잠깐의 유혹은 금세 흐릿해진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 나는 카페 앞을 지나쳐 세차장으로 향하는 길로 우회전을 했다.
자동 세차 기계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차가 기계 괴물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게 조금 무섭다. 쿵쿵 다가오는 기계 팔들이 마치 덮쳐오는 것처럼 느껴져 괜히 움찔하게 되고, 혹시 유리창을 뚫고 들어오면 어쩌나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곳에 들어올 때면 나만의 안심 버튼을 눌러두는 습관이 있다.
단맛 대신 고른 물줄기와 거품은 탁월했다. 자동차도 마음도 거품에 휩싸였다가 물줄기에 씻기듯 가벼워졌다. 꽃가루에 덮였던 차는 다시 반짝이기 시작했다. 비록 입 안 가득 달콤함은 없었지만 그것보다 오래가는 개운함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