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이 김밥천국(별미:냉이김밥)

by ligdow


어릴 때 소풍과 운동회, 그리고 도시락이 필요했던 특별한 날에 김밥을 먹었다. 단출한 속재료 속에 나의 들뜬 마음과 엄마의 손맛이 예쁘게 말려있던 김밥이었다.


지금은 어디서나 다양한 맛으로 쉽게 만날 수 있지만 내가 김밥을 사 먹는 일은 흔치 않다. 메뉴 고민이 길어지거나 요리할 재료가 마땅치 않을 때는 일단 김밥을 싼다. 냉장고 속에 있는 것들로 해결할 수 있어 만만하기 때문이다.



feat 떡갈비


*냉이김밥*

-냉이를 다듬어 살짝 데친다.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짠 후 잘게 썬다.

-생들기름, 소금, 참깨를 넣고 냉이무침을 한다.

-밥에도 간을 한 후 냉이무침을 넣어 뒤적뒤적한다.

-달걀을 부쳐 채 썰고, 당근은 기름에 살짝 볶는다.

당연히 다른 재료를 넣어도 좋다.


담백한 냉이김밥은 별미로 즐기기에 좋다. 조금 건조한 식감이라 국물과 함께 먹는다. 나는 저탄 식이를 하고 있어 밥은 적게 냉이를 넉넉히 넣는다. 냉이가 서운하지 않게 주인공 대접을 해준다.



*자매품 부추김밥도 있다.

-부추를 잘게 썰어 양념장을 만든다.

-원하는 재료를 넣어 말아준다.






남편 김밥에는 모든 재료를 넣고,

큰애 김밥에는 당근을,

작은애 김밥에는 시금치를 뺀다.


남편은 묵은지 김밥을 좋아하고,

큰애는 참치 김밥을,

작은애는 매운 멸치 김밥을 좋아한다.


매번 그와 그녀들의 취향에 맞춰준다. 김밥을 싸는 동안 그와 그녀들이 오가며 하나씩 집어 먹을 때, 내가 방으로 찾아가 맛보라고 입에 하나씩 넣어줄 때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든다.


“엄청 맛있어서 깜짝 놀랐지?“

“응, 진짜 깜짝 놀랐어.”

매번 빼놓지 않고 하는 내 말에

그와 그녀들 반응도 매번 똑같다.




2024년 2월 28일의 김밥이다.

별일 없이 평범한 하루가 오래오래 계속되기를 바라면서 그와 그녀들이 원하는 김밥을 준비했다.

항암과 방사선치료를 위해 두 달 동안 집을 비워야 해서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사랑과 정성을 담아 빈틈없이 말았던 기억이 난다.






김밥은 비슷한 재료로 같은 모양을 하고 있지만 내가 그 안에 담는 마음은 다르다. 평일 저녁의 김밥에는 각자의 하루가 편안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일요일 점심의 김밥에는 조금 느긋한 하루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말아 넣는다.


그래서일까 김밥은 우리 집에서 늘 환영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