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채소, 초록의 맛-1

by ligdow


나는 최대한 자연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영양제는 최소한으로 먹는다. 가능하면 제철에 나오는 채소들을 잘 챙겨 먹으려고 한다.


24년 봄,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마치고 몸을 회복하기 위해 암 요양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퇴원하는 날 원장님이 이런저런 당부를 하셨다.


“환자분들은 집에 가시면 음식 관리가 가장 큰 숙제라고 해요. 반찬 종류를 골고루 드셔야 하는데 특히 나물류를 챙겨드시는 게 어렵다고들 하네요. 잘하실 수 있겠어요?“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내려가서 잘해보겠습니다.”




나물 요리는 어릴 때부터 엄마한테 배운 방식들이다.

냉이는 데쳐서 고추장에 무치거나 된장찌개를 끓인다.


-고들빼기는 다듬어서 씻은 후 데친다.

-1시간 정도 찬물에 담갔다가 고추장으로 무친다.

고들빼기의 쌉싸름한 맛이 생각날 때마다 내가 촌사람이어서 그런가 싶다. 입맛 돋우는 데 이만한 것이 없다.


-깻순은 새벽시장에서 사면 제법 양이 많다.

(사진은 2천 원어치)

-데쳐서 국간장과 마늘로 양념을 한 후 볶는다.

-탈 수 있으니 자작자작하게 물을 부어준다.


들깨가 어느 정도 자라면 위로만 자라지 않도록 위쪽 잎을 잘라준다. 그때 잘라낸 연한 잎을 깻순이라 부른다. 하나씩 손으로 자르다 보면 엄지와 검지 손톱에 거무스름한 물이 일주일은 갔었다.


여름 깻잎은 향이 더 진하고 부드럽다.

-양념장을 두 장씩 켜켜이 올려준다.

-그대로 냉장고에 두고 먹거나 찜기에 슬쩍 찐다.


초록의 맛에 집중할 수 있게 양념장을 슴슴하게 한다. 남편이 좋아하는 반찬이다.


-비름나물은 장으로 간을 하고

-참나물은 소금으로 간을 한다.


나물 무침에는 장이 맛있어야 한다.

들기름은 나물맛을 살짝 받쳐줄 정도로만 두른다.

나물 무침의 주연은 고소함이 아니라 초록이다.





세끼를 챙기다 보면 먹는 음식이 실상 거기서 거기다.

식재료는 많지만 결국 익숙한 조합이 반복된다. 그럼에도 음식 하나하나에 마음을 담아 요리한다.


아침은 삶은 달걀 두 개와 찐 양배추와 버섯을 비롯한 채소, 약간의 과일을 먹는다. 점심과 저녁은 김치와 국, 찌개를 기본으로 생선이나 두부 혹은 고기 한두 가지. 그리고 나물과 다른 반찬 두세 가지를 더한다.


점심과 저녁 상차림을 위해 여러 반찬을 준비해야 하니 그것 또한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그렇지만 각각의 식재료를 손질하고, 양념을 만들고, 데치고, 조물조물 무치는 일은 초록이 주는 싱그러움 덕분에 즐겁다.


음식과 약이 같다는 뜻의 ‘식약동원’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제철 채소 한 접시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