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채소, 땅의 기운을 먹다.

by ligdow


몸을 돌보는 시간을 보내며 가능한 한 여러 식재료를 골고루 먹고 있다. 각종 잎채소와 버섯은 매일같이, 우엉과 연근, 도라지와 더덕 같은 뿌리채소들도 자주 먹는다.


뿌리채소의 뽀얀 속살을 들여다보면 아직 흙의 기운이 은은히 남아 있는 듯하다. 대부분은 자연드림에서 껍질이 벗겨져 진공팩에 담긴 제품을 구입하지만, 어떤 날은 한살림이나 로컬푸드 매장에서 껍질이 있는 더덕을 사 오기도 한다.


우엉은 땅속 깊이 수직으로 뻗으며 자라는 채소다.

조금 질긴 듯 아삭한 우엉을 씹다 보면 땅의 강인한 기운이 내 몸 안으로 스며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우엉과 연근은 찬 성질이 있다고 해서 어쩌다 소량씩 먹는다.


-끓는 물에 4-5분 데쳐서 생들기름과 소금, 통들깨로 무친다.

-찐 양배추와 버섯과 함께 아침에 먹는다.

-우엉을 먹기 좋게 썰어 각종 재료와 밥을 한다.

미니 밥솥을 구입해 소량씩 해먹는다.

-우엉조림은 단짠이어야 맛있는 음식이라 패스한다.



연근은 진흙 속에서도 스스로 숨구멍을 내며 자라는 뿌리다. 썰어 놓은 단면에는 규칙적인 구멍들이 단정하게 나 있다. 볼수록 그 모양이 신비롭고 아름다워 한 번 더 바라보게 된다. 아삭한 식감도 좋지만 숭숭 비어 있는 그 구멍들을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 삶에도 이렇게 숨이 드나들 수 있는 적당한 여백이 필요하겠다고.

-끓는 물에 3-4분 데친 후 물기를 뺀다.

-아침에 몇 개씩 간을 하지 않고 먹는다.


-가끔은 흑임자 소스에 통들깨를 뿌려 먹기도 한다.

-연근과 적양배추, 청양을 넣어 피클을 만든다.

예쁜 색깔만큼 식감과 맛도 좋다.



도라지는 폐와 기관지를 편안하게 해 주는 식재료로 알려져 있다. 쌉싸름한 맛이 매력적이라 오이와 함께 새콤 매콤하게 무치면 집 나갔던 입맛이 돌아온다.


껍질이 있는 더덕은 작은 칼로 흠집을 내고 손가락으로 돌돌 돌려 벗긴다. 그때 풍기는 은은한 더덕 향과 흙내음은 마치 땅이 건네는 인사 같다. 끈적한 진액이 손에 묻어나도 나와 가족을 위한 음식이라 은근히 뿌듯하다.


더덕은 방망이로 두드려 부드럽게 먹기도 하지만 나는 그냥 먹기 좋게 썰어 무친다. 아삭한 식감을 그대로 느끼고 싶어서다. 씹을수록 더덕의 은은한 향과 깊은 맛이 입안에 천천히 퍼져 건강함을 먹는 기분이다.

-더덕은 세로로 어슷하게 썰어 절반은 소금과 생들기름으로 하얗게 절반은 매콤하게 무친다.



뿌리채소를 먹는 건 어쩌면 땅이 품고 있는 시간과 인내를 함께 먹는 일인지도 모른다.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자라는 이 뿌리들처럼, 나 또한 내 삶의 속도로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