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다정한 단맛이 주는 기쁨

by ligdow


건강을 위해 무엇을 먹을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을 먹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암세포가 포도당을 에너지로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가장 먼저 멀리한 것은 단것들이다.

설탕과 물엿이나 조청, 정제 탄수화물인 밀가루, 그리고 달콤한 과일까지. 암 환자에게 독이나 다름없는 당과의 이별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였다. 다행히 나는 원래 단것을 좋아하지 않았어서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참 이상하게도 금지된 것은 더 간절해진다. 항암과 방서선 치료 중에 왜 그렇게 빵과 떡볶이가 꿈속에까지 찾아오던지. 수술을 한 달 앞두고 집에 내려왔을 때,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 곧 수술대에 오를 나를 응원하는 간절한 보상이었다.


오늘 소개할 단호박빵과 오트밀빵이다.

평소에 전자레인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편이지만 오븐이 없어 이때만큼은 어쩔 수가 없다.



단호박빵

*준비물: 단호박 1개, 잘 익은 바나나 1개, 달걀 1-2개 호두와 아몬드 혹은 삶은 병아리콩, 유기농 크렌베리

빵을 먹는다는 설렘

*소요시간: 30분 이내


-초록색 껍질에 영양이 풍부하다고 해서 베이킹소다로 뽀득뽀득 씻는다.

-반을 잘라 씨를 파내고 적당한 크기로 자른 후 김이 오른 찜기에 넣는다.

-식감을 위해 단호박을 대충 큼직하게 으깬다.

-잘 익은 바나나와 달걀을 넣고 믹서기로 갈아준다.

(너무 퍽퍽하면 달걀을 한 개 더 넣는다)

-단호박에 갈아준 재료와 넣고 싶은 견과류 및 콩 등을 넣고 섞어준다.

-유리용기에 올리브유를 발라준 후 준비한 재료를 넣는다.

-전자레인지에 물컵과 함께 넣고 7-8분 돌린다.

(재료 상태에 따라 몇 분 시간은 더 걸릴 수도 있다.)


잘 익은 바나나의 달콤한 향이 다른 재료들을 휘감으며 집안 가득 퍼져나간다. 이때부터 침샘 폭발이다.

식감을 위해 호두를 큼지막하게 위에 올린 후에 익혔다. 부드럽고 촉촉한 단호박 사이로 고소하게 씹히는 맛이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바나나의 달콤함과 영양이 어우러진 이 건강한 빵은 내 안의 도파민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반죽을 유리용기에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몇 분만에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드러낸다.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비주얼에 설렌다.



오트밀빵

*준비물: 유기농 오트밀 4-5숟가락, 잘 익은 바나나 1개, 달걀 1개, 물 3-4숟가락, 호두와 아몬드, 소금 1/4t, 베이킹파우더 1/3t(생략 가능), 도파민과의 만남을 기대하는 마음

*소요시간: 20분 이내


-오트밀을 믹서기로 갈아준다.

-원하는 견과류를 대충 갈아준다.

-바나나와 달걀, 물을 넣고 갈아준다.

-모든 재료를 섞고 소금과 베이킹파우더를 넣는다.

(나는 베이킹파우더는 생략하는 편이다)

-유리용기에 올리브유를 바르고 재료를 넣는다.

-전자레인지에 물컵과 함께 넣고 4분 돌린다.

-접시에 엎어 식힌다.

상큼한 맛을 위해 천혜향을 넣어봤는데 별로였다.

나는 랩을 사용하지 않아 수분을 주기 위해 물컵을 함께 넣었다.

오트밀의 적당히 거친 느낌과 호두와 아몬드의 경쾌한 식감이 만나 완성된 맛은 그 자체로 '건강함'이다.

견과를 넣지 않은 오트밀빵도 괜찮다.

외출할 때 간식으로 챙겨간 것들이다.


유기농 크랜베리와 대추칩, 검은깨를 넣기도 했다.


잘 익은 단호박빵을 한 입 베어 문 순간 재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다정한 단맛과 식감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곱게 갈았지만 여전히 귀리의 거친 질감이 있는 오트밀빵은 씹을수록 은은한 고소함이 느껴졌다. 억눌렸던 식욕이 건강한 방식으로 해소되며 도파민이 터져 나오는 순간이었다. 정제된 설탕이 주는 자극과는 비교할 수 없는 몸과 마음이 동시에 환호성을 지르는 정직한 즐거움이었다.

(도대체 이게 뭐라고... 그때는 그랬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낸 후, 수술 전 검사에서 암이 사라지는 기적 같은 결과로 수술을 취소했고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다. 물론 음식 관리만큼은 지금도 나름 철저하다. 당은 최대한 멀~~~ 리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가끔 단호박과 오트밀빵을 해먹기도 하지만 요즘은 빵집에서 사 온 쌀 식빵이나 통곡물 식빵 한두 장으로 여유를 부리기도 한다.


밀가루와 설탕이 없어도 내 식탁은 충분히 풍요롭다. 오히려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하게 되어 예전보다 훨씬 더 건강해진 느낌이다. 나만의 속도로 묵묵히 나아가는 지금의 나를 응원하고 칭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