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숫자
콩은 식물성 단백질을 대표하는 영양의 보고다.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는 별칭답게 식탁을 건강하고 풍성하게 채워주는 고마운 식재료이기도 하다.
부드럽게 속을 달래주는 두유와 요거트부터 두부와 비지, 그리고 기다림의 시간이 깊게 깃든 된장과 청국장, 낫또에 이르기까지. 콩은 조리법과 가공 방식에 따라 저마다 다른 풍미와 매력을 갖고 있다. 그 변주 덕분에 나의 식탁은 늘 새로웠다.
두유 만들기
-콩을 하루 동안 물에 불린다.
-불린 물을 버리고 다시 물을 부어 40분 정도 삶는다.
-두유제조기에 물과 삶은 콩, 소금 한 꼬집을 넣는다.
버튼 하나로 20여분 만에 두유가 완성된다. 하지만 콩은 충분히 익히지 않으면 오히려 몸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전처리가 중요하다.
미네랄 흡수를 방해하는 피트산이나 소화를 방해하는 렉틴, 단백질 분해효소를 억제하는 트립신 같은 항영양소는 제대로 조리하지 않을 경우 복통이나 소화 불편을 일으킬 수 있고, 장내 균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충분히 불리고 충분히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두유에 청국장가루를 넣고 섞어 마셨다.
-두유에 요거트스타터 한 봉을 넣고 두유요거트를 만든다. (요거트 제조기를 사용)
-두유요거트에 블루베리와 함께 먹었다.
-검정콩 낫또에 생들기름을 섞어 김이나 살짝 찐 케일에 싸 먹는다.
-두부는 어린 시절에 엄마한테 배운 대로 찌개와 지짐의 중간 정도로 국물을 자작하게 한다.
-연두부에 소금 살짝, 통들깨와 생들기름을 올려 먹는다. 1개당 단백질 5g
-두부를 으깬 후 쑥갓이나 브로콜리와 무친다.
-새벽 시장 두부 할아버지께 비지를 10개 샀는데 2개나 더 주셨다. 개당 1,000원
냉동실에 두고 생각날 때 끓여 먹는다.
-비지찌개에는 묵은지와 돼지고기가 필수다. 이 맛있는 걸 작은 애는 안 먹는다.
-얼큰한 순두부찌개는 남편 술안주로도 좋다.
-만만한 건 된장찌개다. 겨울에는 구수하고 시원하게 배추된장국도 좋다. 작은 애를 위해 마지막에 팽이버섯을 꼭 넣는다.
-청국장은 주 1-2회 꼭 먹는다. 나는 건더기만 잔뜩 먹는 편이다.
-청국장환은 하루에 한 번 한 숟가락을 씹어 먹는다.
-병아리콩도 하루 불린 후 40분 이상 삶아 소분해서 냉동한다.
-항암 선비콩, 강낭콩, 병아리콩 종류별로 삶아 두유를 만들거나 찐 채소와 함께 먹었다.
-어떤 날은 콩을 잔뜩 삶아 찰떡을 해 먹었다.
-자연드림 찹쌀가루에 콩과 밤을 섞고, 소금 살짝 후에 찜기에 쪘다.
25년 4월부터는 삶은 콩과 두유는 먹지 않았다. 또한 두부를 먹는 횟수를 줄였고, 두유요거트는 8월까지만 꾸준히 먹었다. 대신 발효 식품인 청국장과 청국장환, 낫또를 더 자주 먹고 있다.
드디어 작년 여름부터 조금씩 살이 오르더니 지난달 마침내 투병 전의 나와 재회했다. 정확하게 내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그때의 그 숫자였다.
어쩌면 항암과 방사선치료로 손상되었던 장기들이 비로소 회복의 궤도에 들어선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끊임없이 공부하며 조절해 온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콩을 두고는 한동안 깊은 고민이 있었다.
식물성 단백질로써 분명 좋은 점이 많은 식재료지만, 피트산이나 렉틴 같은 항영양소가 오히려 영양소 흡수를 방해하거나 소화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접하고 나서는 섭취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중략)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신경 써서 먹고 있는데도 왜 체중이 쉽게 늘지 않을까. 혹시 매일 먹는 삶은 콩과 두유가 영향을 주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25년 4월부터는 그 두 가지 섭취를 중단하기로 했다. 대신 두유를 발효시켜 요거트로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같은 재료라도 조금 더 소화와 흡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변화를 준 것이다. 이런 작은 선택들은 지속가능한 건강 관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암과 함께 오늘도 맑음)
: 지속가능한 건강 관리-음식 2 중에서
오늘 저녁 거실에는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졌다. 내 몸이 먼저 반기는 참 익숙하고도 편안한 냄새다. 무엇을 먹을지보다 어떻게 먹을지를 더 오래 고민해 온 시간들. 그 답을 오늘도 이렇게 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