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언제 글을 쓸까. 마음이 행복으로 가득 차 충만할 때 글을 쓰는 사람도 있겠지. 나는, 내가 비어있을 때 주로 글을 쓴다. 물론 매번 그런 것은 아니다. 주위 사람들이 글감이 될 때, 그래서 생각하며 글을 쓰는 동안 내내 웃음 짓게 될 때. 그런 글을 쓰고 나면 잠에 들러 가는 길에 괜히 한번 더 읽고 미소 지으며 눕는다.
많은 발라드 가수들이 일부러 외로운 감정을 유지하려고, 곡을 쓸 때 골방에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글도 비슷한 것 같다. 들쑥날쑥한 감정이 글에 표현되지 않기 위해 나 역시 차분한 감정을 유지하려 애쓴다. 그러다 보니 무척 단조로워 결국 남이 보기에 내 글은 어쩌면 조금 심심하고, 알고 싶지 않은 페이지 일 수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들여다 보고 싶은 페이지 인 것을 안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부터 인생에서 어딘가로 도피하고 싶어지면 책을 읽었다. 순탄하게 흘러가는 시간들 속에서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다른 재밌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바빴지. 날 괴롭히는 무언가가 있거나, 내 앞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있거나, 어떠한 관계로 속이 시끄러워질 때면 책을 읽었다. 가득히 꽂혀있는 책 중에 손에 잡히는 아무거나 골랐다. 고민에 관련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답이 없을 것 같은 소설이나, 철학서, 고전, 인문학 등을 읽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때때로 해답을 얻었다. 그 과정이 조금은 신기했다.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여전히 책을 읽는다. 가을과 어울리는 활동이다. 하지만 비어있으면 안 되는 계절. 세상은 이런저런 일들로 비어있는 듯 하지만, 이 계절만이 주는 축복이 있으니 잠시 책도 글도 내려놓고 더 많이 봐야겠다. 얼른 초록잎들이 단풍으로 물들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