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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 로지 Sep 15. 2022

꿈을 꾼다. 자주는 아니고 가끔. 주로 좋았던 일이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하는데, 제일 좋아하는 꿈은 오래된 친구들이 나올 때다. 인생이 즐겁기만 했던, 그때. 기억 속에 좋았던 장면들이 과장돼서 펼쳐지거나, 또는 기억 속에도 없는 일들이 마치 과거인 마냥 보여지는 꿈을 꾸고 나면 일어나자마자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곤 한다.


"오늘 꿈에 너 나왔잖아."


그렇게 친구와 하루의 시작을 꿈 얘기로 열어 하루 종일 출근은 했냐, 밥은 먹었냐, 요즘은 무슨 헛짓거리를 하며 사냐, 이야기를 나눈다. 조근조근 꿈 내용을 설명하다 보면 친구는 내게, 그래도 요즘은 잠을 자나 보네.라고 말을 건네는데, 그것이 내 걱정인 걸 알기에 가끔 마음에 무언가가 쿵 하고 부딪힐 때가 있다. 그럼 답장을 보내다 멈추고 괜스레 호두 턱을 만들고 입을 삐죽삐죽 내밀다 다시 손가락을 움직인다.

 

보고 싶어도  번도 나타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보기 싫어도 꿈에 등장하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때면  무의식이 만들어  것인지, 아니면 의식의 흐름인지, 어느 쪽도 기분이  좋지 않다. 한동안은 미워하는 사람이   등장하기도 는데 그때는 네가 감히  꿈에 나와?라는 기분으로 일어나 하루를 언짢게 보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상  꿈에 나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어딘가에도 없는 사람이   같아 다행스러워했다.


나 역시 "꿈에 네가 나왔는데"로 시작되는 연락을 좋아한다. 오랜만에 온 메시지에서 보는 그 말은 왠지 모르게 네 마음에 내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해 준다. 그래서 "내가 보고 싶었구나?"하고 너스레를 떨고, 상대방은 더 말하려 하지 않아도, 그래서 무슨 꿈이었는데? 하고 괜히 자세한 내용을 묻게 된다.


꿈은 자주 꾸고, 자주 잊혀 좋다. 다시 새로운 꿈으로 그 전의 꿈을 잊을 수 있다. 새벽까지는 기억났는데 아침이 되면 기억나지 않는 꿈들. 또는 아침까지는 기억났는데 저녁이면 기억나지 않는 꿈들. 잊고 싶지 않아도 잊혀져 좋고, 모두 가루로 돌아가니 미련 없이 던질 수 있어 좋다. 꿈은 꿈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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