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선선하게 불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일찍부터 가을을 논한다. 들뜬 목소리로 가을이 왔나 봐, 하고 인사를 건넨다. 이러다 금방 아, 오해했네, 아직 여름인가 봐, 할 것을 알면서도 가을을 맞이할 준비에 서두른다. 부지런히 여름옷을 집어넣고, 로퍼를 꺼내고, 플레이리스트를 바꾼다. 가을은 왜 이토록 사람을 설레게 만드는가.
자연이 사람에게 주는 위로를 받아보았는지 묻고 싶다. 아무것도 가공되지 않은 것이 사람을 어디까지 연약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아는지. 가을에 산에 오른 적이 있다. 등산을 퍽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그때 본 풍경은 도무지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울긋불긋한 단풍들로 풍요롭고, 아름답고, 벅차 아무말 없이 한참을 바라 보았다. 누군가가 속이 허하다 하면 밥을 먹이기보다 억지로 데려와 보여주고 싶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 시간이 아까워 요즘은 부지런히 걷는데, 어제는 육교 위에서 자전거를 옆에 둔 채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꼬마를 보았다. 커다란 가방을 메고. 반대편 하늘에는 노을이 지고 있어 더 예쁜데, 반대편을 보지, 하는 아쉬운 마음으로 몇 걸음 걷다 다시 그 자리를 돌아보았다. 나도 저 자리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던 적이 몇 번 있었는데. 도대체 왜, 그토록 작은 아이가 하늘을 보는 것일까 하고. 그 나이에는 위로받을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하고.
가을이다. 모두가 설레 하는 가을. 찡그림 대신 입가에 미소가 더 피어있는, 테라스 자리에서 우리 커피 한잔 하자, 를 약속하는 가을. 늘 살짝 왔다만 가는 그 가을이 이번에는 사람들에게 오래 머물길. 그래서 사람들이 오래 미소 짓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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