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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 로지 Sep 04. 2022

가을은 왜 이토록 사람을 설레게 만드는지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선선하게 불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일찍부터 가을을 논한다. 들뜬 목소리로 가을이 왔나 , 하고 인사를 건넨다. 이러다 금방 , 오해했네, 아직 여름인가 ,  것을 알면서도 가을을 맞이할 준비에 서두른다. 부지런히 여름옷을 집어넣고, 로퍼를 꺼내고, 플레이리스트를 바꾼다. 가을은  이토록 사람을 설레게 만드는가.


자연이 사람에게 주는 위로를 받아보았는지 묻고 싶다. 아무것도 가공되지 않은 것이 사람을 어디까지 연약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아는지. 가을에 산에 오른 적이 있다. 등산을 퍽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그때 본 풍경은 도무지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울긋불긋한 단풍들로  풍요롭고, 아름답고, 벅차 아무말 없이 한참을 바라 보았다. 누군가가 속이 허하다 하면 밥을 먹이기보다 억지로 데려와 보여주고 싶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 시간이 아까워 요즘은 부지런히 걷는데, 어제는 육교 위에서 자전거를 옆에 둔 채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꼬마를 보았다. 커다란 가방을 메고. 반대편 하늘에는 노을이 지고 있어 더 예쁜데, 반대편을 보지, 하는 아쉬운 마음으로 몇 걸음 걷다 다시 그 자리를 돌아보았다. 나도 저 자리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던 적이 몇 번 있었는데. 도대체 왜, 그토록 작은 아이가 하늘을 보는 것일까 하고. 그 나이에는 위로받을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하고.


가을이다. 모두가 설레 하는 가을. 찡그림 대신 입가에 미소가 더 피어있는, 테라스 자리에서 우리 커피 한잔 하자, 를 약속하는 가을. 늘 살짝 왔다만 가는 그 가을이 이번에는 사람들에게 오래 머물길. 그래서 사람들이 오래 미소 짓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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