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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 로지 Sep 01. 2022

왜 좋아하는 것들은 쉽게 사라질까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늘 보던 사람과 만나 늘 먹는 메뉴를 시키고, 늘 하던 이야기를 한다. 병원 앞 허름한 설렁탕 집, 글 쓸 때는 친구 회사 옆 스타벅스 이마빌딩점, 일산에서는 올댓 커피, 누가 놀러 온다 하면 데려가는 지미스, 가을마다 언니 오빠들과 찾는 강화에 있는 새우양식장, 회사에서 자주 가던 만리동 마라탕 집.


그리고 서울에서 제일 익숙한 곳이라 하면 역시 광화문이다. 광화문을 좋아한다. 스무 살 적부터 그랬는데 다른 친구들은 그 당시 홍대, 신촌을 자주 다녔던 것 같은데 건물만 빼곡하게 신문사들이 들어와 있는 그 거리를 나는 왜 마음에 들어 했는지 모르겠다. 결국 첫 직장도 광화문으로 정했다. 매일 프레스센터에서 광화문 사거리를 내려다보았다. 사거리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교보에서 책 구경을 했다. 집에 들어가기 싫은 날이면 교보 뒷문에 이어져 있는 계단에 앉아 친구와 밤바람을 맞으며 포장한 디저트를 먹기도, 날씨가 좋은 날은 덕수궁 옆 정동길을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하며 걸었다.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던 곳, 카페 아모카. 사랑의 열매 빌딩 앞에 있던. 대학 다니는 내내 나는 늘 그곳에 있었다. 테라스 자리에 앉아 책을 읽기도, 수업을 기다리기도, 혼자 샌드위치를 먹기도 했다. 친구들이 어디냐 물으면 아모카라 대답했고, 그래서 함께 수업을 기다리기도, 저녁에는 맥주를 마시기도 했다. 이름이 뭐였더라, 독일 맥주였는데.  아, 슈무커 해피 바이젠.


그곳이 좋았다. 같은 시간에 같은 것을 하고 있는 사람들, 늘 같은 맛인 커피, 날씨가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테라스 자리.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 그 카페도 사라진 지 오래다. 한동안 갈 곳을 못 찾아 여기저기 서성이다, 아쉬움을 가진 채로 찾은 곳은 서촌의 한 카페였다. 큰 창에 경복궁 돌담이 보이는, 나무들로 모든 계절이 담기는 곳. LP로 음악을 틀어주던 곳. 하지만 이곳도 몇 년 전 문을 닫았다.


왜 좋아하는 것들은 쉽게 사라질까. 사실 모든 것들은 쉽게 사라지는데, 좋아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큰 걸까. 그런 생각을 하다 사라진 것들을 다시 한번 살펴본다. 이제 너는 아쉽지 않으니 다행이란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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