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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 로지 Aug 28. 2022

그때 너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반려 동물이 주는 힘은 도대체 뭘까. 키우던 강아지를 보낸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18살까지 살았고, 사는 내내 크게 아프지 않았으니 사람으로 따지면 호상이라고 해도 되었을 텐데, 그날 나는 목놓아 울었다. 아직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는 것 같은 아이를 두고 제발 한 번만 짖어달라고, 눈 한 번만 더 맞춰달라고, 이왕 오래 살아 준 것 조금만 더 살다 가면 안 되냐고.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그리워했다. 밤에 자려고 누워있으면 발톱이 바닥에 부딪히는 환청이 들렸고, 이미 물건을 다 치웠는데도 꼬수운 발 냄새가 나기도 했다. 산책 시간이 되면 현관문에 걸려있는 줄을 바라보았고, 길에서 같은 견종을 보고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다른 반려 동물과 함께 하지 못하고 있으니,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다.


곁을 잘 주지 않는 아이였다. 주인 앞에서 재롱을 떠는 법을 모르던 아이, 먹을 것만 좋아하고, 하루의 반 이상을 잠으로 보내던 아이. 하지만 갑자기 아프기 시작한 뒤로 이상하게 내 방에 자주 왔다. 빼꼼히 얼굴을 보고, 내가 밥을 먹여야지만 먹었다. 그래서 다행히도 마지막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입원해있던 병원에 가면 기운 없이 있다 일어나 꼬리를 미친 듯이 흔들던 너. 집에 가자고, 제발 집에 가자고. 정말로 죽을 때가 되면 달라지는 것인가. 사람도, 동물도.


가기 며칠 전부터는 이상하게 구석에 가 있었다. 눈을 마주치지도, 불러도 오지 않는 아이를 억지로 안고 창 밖을 보았다. 그때 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금은 곁에 반려 동물이 없지만 친하게 지내는 언니 둘에게 반려 동물이 있어 자주 보고, 사진을 받아본다.


그런 돌돌이가 갔다. 누워있으면 등 위에 올라와 있던 작고 작은 아이. 할배라고 하기에는 너무 왜소하고, 하얀 털이 예쁜 아이. 겁이 많은 아이. 야채를 찹찹찹 잘도 먹던 아이. 재주 많은 영리한 아이. 돌돌이가 오늘 갔어. 하고 담담하게 말하는 언니의 말에 동네 스타벅스에서 한 시간 내내 울었다. 오랜 시간 함께 한 아이를 보내는 마음은 알고 있음에도, 먹먹하고 또 먹먹해진다.


사람이 죽으면 먼저 간 반려 동물이 마중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대개 주인들은 이 이야기를 좋아하고, 언젠가 또 보기를 기대한다. 나 역시 눈 감은 아이에게 말했다. 만나, 우리 또 만나.


우리 또 볼 수 있을까. 사실, 나는 마중 같은 거 나오지 않아도 된다. 그저 네가 그곳에서 누구보다 성한 몸으로 뛰어놀고 있다면 그걸로 되었다. 마지막에 본 모습이 아닌 원래의 내가 알던 모습으로, 심바와 돌돌이를 만났다면 더 좋을 것 같다. 내가 언니들을 만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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