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에 관해 글을 써봐, 하고 엄마가 말했다. 습관? 듣자마자 속으로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더군' 하며 롤러코스터의 노래를 불렀다. 좋아하는 노래. 엄마의 습관은 뭔데? 물으니 남이 말하는 중에 끼어드는 거라 답했다. 그거는 습관이 아니라 버릇 아니야? 나는 나쁜 것은 버릇, 좋은 것은 습관이라 생각하는데, 아닌가. 그렇게 답하고는 내 습관에 대해서 생각했다.
습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방식. 학습된 행위가 되풀이되어 생기는, 비교된 고정된 반응 양식. 매일 되풀이하는 일들 중에서 저절로 행해지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딱히 생각이 나지 않아서 방으로 돌아와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너는 무슨 습관이 있어?"
"나? 집에 가자마자 드러눕는 습관"
"그거 말고"
우리는 몇 시간 동안 습관에 대해서 생각해보려 애썼다. 하지만 한참을 얘기해도 마음가짐을 탓하며 일을 시작하지 않는 것, 작은 것에 발끈하는 것, 일을 미루는 것 같은 나쁜 습관만 나열되었다. 습관이란 게, 원래 이런 거였나. 그래서 억지로 억지로 찾은 것이 시작하면 끝까지 해보려는 습관이다. 그렇다. 강박일지도 모르는, 이 습관을 나는 오랫동안 갖고 있다. 한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하고 매듭을 짓는 것. 그래서 그게 무엇이든 벌려놓은 일에는 책임을 지려 했고, 포기란 단어는 배추를 셀 때나 하는 말이지! 란 말처럼 정말로 열심히도 행했다. 환경이나 무언가가 잘 따라주지 않아도. 그런데 그 힘을 20대 때 너무 몰아서 써버렸나. 30대는 이런 습관을 지닌 것을 알아서인지 함부로 일을 시작하지 않으려 했다. (웃음) 한번 시작하면 힘들어도 끝까지 할 나를 아니까, 아예 시작도 안 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내게는 나쁜 말 습관이 있다. 좋은 것을 보아도, "나쁘지 않네"라고 말하는 것. 내게 좋은 것을 보여주려고 했던 사람들, 예쁜 것을 쥐어주고 싶었던 사람들을 몹시 김 빠지게 만드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나의 평정심 유지에서 왔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감정 기복이 들뜨지 않은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강박이 있는 사람이기에 평정심이 너무나도 중요했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도, 너무 기분이 나빠서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있어야 삶이 온전히 지켜진다고 믿는 사람. 사실 그럴 필요까지 없는데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변한다. 변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너를 데려오고 싶었어,라고 친구가 어딘가에 나를 데려갔을 때. 무언가를 먹이고 나의 반응을 살필 때. 입버릇처럼 나오는 말 대신 나는 이야기한다. 좋다고. 이곳도 좋고, 이 음식도 좋고, 그런데 제일 좋은 건 이 장소에서 나를 생각했던 네 마음이 제일 좋다고. 서툰 방법으로 그렇게 표현해본다. 오래된 습관을 등지고 한 발 나아가 보려 노력한다.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는 삶. 평정심에 날 가두려 하지 않는 삶.
오늘은 날씨가 좋았다. 어제 밤을 새서 일찍 잠들었더니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났다. 아침부터 잘 잤냐고 와있는 연락들이 좋았고, 누군가에게 걱정을 끼친다는 것은 싫지만 또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역시 좋은 일이라 생각했다. 친구가 가을바람에 취했는지 어서 나가서 산책을 하라고 해서 좋았다. 엄마와 우체국 가는 길 높은 하늘이 좋았고, 가는 길에 본 흰나비 3마리가 좋았다. 엄마의 뒷모습이 예뻤고, 10월이 다가오자 부지런히 약속을 정해보자고 내게 말하는 이들의 연락이 좋았다. 엄마, 아빠의 결혼기념일을 기념하기 위해 다 같이 먹은 점심이 좋았고, 먹고 나서 아빠가 무의식에 부르는 콧노래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