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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 로지 Sep 30. 2022

특별 한 날, 특별하지 않은 날

가을에는 지인들의 생일이 몰려있다. 나를 포함해서. 그리고 나는 언젠가부터 생일을 자주 잊는다.


나이를 어느 정도 먹고나서부터는 생일이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1년에 1번있는, 그냥 그런 . 365 모두  1년에 1번있으니, 보통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생일에 특별한 이벤트가 있으나 없으나  일상은 언제나 그랬듯이 흘러가고, 특별히 기대해봤자 돌아오는 것은 어쩌면 실망감일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그랬으려나. 좋은 날인 것은 맞는데 특별하지 않게,  날과 다르지 않게,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주변인의 생일은 다르다.(웃음) 같은 논리지만 1년에 1번 있는 날이니까, 특별했으면 좋겠다. 케이크에 초도 불었으면 좋겠고, 그날의 날씨가 좋아 많이 웃었으면 좋겠고, 주위 연락을 받고 행복해했으면 좋겠는 날이다.


그렇지만, 중요하게 여기는 내 마음과 머리는 비례하지 못하여 자꾸 잊는다. 몇 년 전에도 동생들 생일을 잊어 "내 생일에 절대 축하하지 마!"라는 유치한 말을 남기며 며칠 내내 미안해했다. 최근에도 친한 동생 생일을 잊었다. 자려고 누워 새벽에 천장을 바라보며 9월이 다 갔네,라고 생각하다 갑자기 떠오른 것이다. 하얗고 작은 얼굴이. 선배! 하며 자꾸 안기는 모습이. 당장 새벽에 동생에게 석고대죄 메시지를 보내 놓고, 하루 종일 미안해하다 오후에 펜을 들었다.



[저 조그만 체구에는 뭐가 들었을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부러질 듯 한 팔과 다리인데, 그 안의 심지는 무척이나 곧아서 어떤 것이 널 그렇게 만들었을까, 하고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알까, 나는 가끔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면 좋았던 날을 곱씹고는 하는데 올해는 유난히 그날 네가 보낸 메시지를 여러 번 읽었다. 퇴사 날 버스정류장에서 확인하고 울 수밖에 없었던 메시지를, 이건 누가 봐도 진심이네, 할 수밖에 없었던, 네가 내게 던졌던 마음을.


너의 날을 잊어버리고서 뒤늦게 네게 미안함을 표하며 생각해본다. 너의 배려를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겠다. 그래서 네가 여기저기 치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좋은 사람들 곁에서, 밝게, 웃는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나 역시 네 옆에서 되도록이면 오래 그것을 지켜보고 싶다. 늦게나마 생일을 축하하며. ]


생일에는 되도록 편지를 쓴다. 물론 좋아해 줄 것 같은 사람에게만 쓴다. 세상에는 편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까. 쓰면서, 우리가 함께 보내온 1년을 복기하고는 하는데 추억이 많으면, 우리 올해 이렇게나 많은 시간들을 함께 했구나 해서 미소가 지어지고, 올해 몇 번 보지 못했으면 그건 그거대로 또 미소를 짓는다. 우리는 1년에 몇 번 보지 않아도, 이렇게나 소중하구나. 그치, 너랑 내가 이렇게 견고한 사이지, 하며 또 쓸데없는 의미부여를 한다.


가을에는 생일이 많다. 이 시원하고도 따뜻한 계절에 태어난 행복을 누리길 바라며, 생일 축하해. 너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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