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친구가 하나 있다. 열여덟에 친구의 친구로 알게 되었는데(중간에 그 친구는 지금 연락도 하지 않는다), 매년 생일이 다가오면 우리 집 앞에 들러 차를 한잔 마시고 산책을 한다. 그리고 가끔 안부를 묻기도 하지만, 그다음 생일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을 때도 있다. 이렇게 18년을 보냈다.
10대나 20대 때는 이런 친절에 간혹 설렐 수도 있었지만, 30대는 그렇지 않다. 그때 네가 나 좋아했었지, 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나이. 친구는 그랬다. 내가 특별하다고. 지금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자신이 가장 행복했을 때 좋아했던 사람이라 특별하다고.
그 말이 어쩐지 좋았다. 지금의 내가 좋다는 말보다 더 예쁘게 느껴졌다. 근심 없이 행복했을 때, 우리 얼굴이 장난기로만 가득했을 때, 제대로 된 고백 한번 못해보고 주위를 서성이고, 성인이 되고 서로에게 애인이 생기는 걸 지켜보며 지낸 시간들. 둘이서 무언가를 해보지도, 해보려 하지도, 않아서 더욱 잘 지켜낼 수 있었던 시간들.
올해도 어김없이 생일은 돌아왔고, 친구는 내일 집 앞에 잠시 들릴게, 라고 말했다. 이 연락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까. 할아버지 할머니가 돼도 이럴까? 그때도 우리 손자가 고구마를 보내왔는데 하며 내 손에 쥐어줄까? 아마,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끊긴다 하여도 전혀 섭섭하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그저 그때, 그 시간 속에 서 있는 사람들이니까 그걸로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