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은 계속 변한다. 초등학생 때도 달랐고, 중학생 때도 달랐고, 고등학생 때도 달랐다. 지금 나의 성격 대부분은 고등학생 때 만들어졌는데, 너는 알까. 너의 지분이 제일 많다는 것을. 아마 한 번도 말한 적 없으니, 몰랐을 것이다.
나는 첫인상으로 새침데기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물론 여전히 듣고는 하는데, 그래도 지금은 '새침데기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라는 평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나는 사실 너를 벤치마킹했던 적이 있었다. 부러웠다. 주위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것도, 대범해 보이는 것도, 누구나 다 너를 좋아하는 것도. 저리 행동하면 저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 싶어서 나도 괜히 털털해 보이기 위해 노력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너는 알면 알수록 대범하기보다는 무척이나 여린 아이였다. 눈물도 많고, 친구의 일에 감정을 쏟는 것을 매우 잘하는, 그래서 너의 대범함을 배우러 갔다가 너를 안아주고 오는 날이 더 많았다.
대학에 가며 우리는 전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아직도 우리 학교를 구경하고 대학로에서 스티커 사진을 찍던 날은 기억이 난다. 네가 일본에 있는 동안 뭐 그리 바쁘다고 가보지도 못했다. 그래도 너는 일본에서, 나는 한국에서 출발해 대만여행을 함께했었지. 함께한 시간이 점점 적어진 것에 후회하지는 않고 싶다. 나는 너와 지금 내 모든 일상을 나누고 있고, 너는 나의 제일 열렬한 독자 중 한 명이며, 나 역시 너의 매일의 일상을 공유받는 사람이니까, 뒤늦게라도 이걸로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일본에서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 너랑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그런 생각도 가끔 한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나는 너를 알아서, 그곳에서 너털웃음을 지으면서도 속으로는 또 얼마나 울었을까. 아이를 혼자 보는 시간이 행복하기도, 너무 길기도, 힘들기도 했겠지 하고 함부로 가늠도 해본다.
내가 쓰는 모든 글이 네게 쓰는 글이라고 생각하며 읽는다는 네 말에 나는 매번 웃는다. 나 역시 글 쓸 때 네 생각을 자주 한다. 이 글을 올리면, 유하 낮잠시간쯤 읽으려나, 이 글을 올리면 네게 이런 메시지가 오겠지 하고.
가예야. 가을에 태어난 예쁜, 가예야. 너는 참 귀한 사람이다. 내게도, 네 주위 누구에게도. 그러니 많이 웃고, 많이 먹고, 지금처럼 더 많이 사랑하자. 생일을 축하해.
브런치가, 생일 축하글로 도배되기 전에 친구에게 쓰는 러브레터는 이 정도로 그만 올리려 한다. 마지막 주인공이 된 것을 축하해. 내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