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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 로지 Oct 11. 2022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방법?

글감이 떨어지면 나는 글감을 주우러 다닌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내 망태기에 글감이 하나도 없어, 요즘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말해줘, 한다. 맡겨놓은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으로. 그럼 처음에는 난감해하던 사람도, 자신의 이야기를 잘 못하는 사람도, 어느새 이야기 꾸러미를 푸르고 있다. 이거 진짜 별거 아닌데, 쓸데없는 이야기인데, 하면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채로.


전 직장 동기에게 며칠 전 안부 연락이 왔다. 나는 동기에게도 글감을 달라! 했고, 그는 말했다. 자신의 일상은 너무나도 똑같아서 뭐가 없다고.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나만의 방법 같은 것을 써보라고.


없다. 그런 건 없다. 회사를 다닐 때 매일이 똑같았다. 아침 5시 30분에 수십번을 들어도 정 안가는 아이폰 알람이 울리면 일어나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내려 모닝커피를 한잔 사고, 동료들과 수다 떨며 이야기하고, 미친 듯이 바쁘게 일하고 집에 와 저녁 먹고, 가끔 운동하고, 넷플릭스 켜놓고 카톡 하고, 음악 듣다 자는 일상. 주말이라고 해도 별거 없었다. 친구를 만나거나, 책을 읽거나, 그런 하루.


회사를 그만두면 조금 달라졌을까 싶은데 더 반복되는 일상이다. 방이나 카페에서 글을 쓰고, 집순이가 아닌데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있는 일상.


친한 언니들은 방법의 하나로 배달음식 시켜놓고,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보면서 먹는 것이라고 답했다. 맞다. 나도 도미노피자에 무도를 보던 토요일 저녁 시간들이 있었으니.


나는 요즘 굳이 뽑아보자면, 산책에서 매일의 특별함을 찾으려 한다. 어제와 다르고, 그제와 다른 풍경들. 분명 그제까지는 단풍이 들지 않았는데 하루 사이에 변해 버린 나무들을 관찰하고, 뚱보 고양이에게 말을 걸고, 이때의 달은 이렇게 생겼구나 하기도 하고, 내일은 누구에게 연락을 해야지, 산책을 하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한다.


그제는 산책을 하며 연락을 했던 동기 생각을 했다. 그는 연락을 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여전히. 남들은 무슨 연락을 하는 건지, 애인도 아닌데 밥 먹었는지 잘 잤는지 뭐하는지 물어볼 자격이 자신한테 없는 것 같다며.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연락을 하는데 자격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래, 내 연락이 어떻게 닿을지, 저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조심스러우면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나는 묻고 싶었다. 내가 밥은 먹었냐고, 잠은 잘 잤냐고 물으면 싫어할 거냐고. 왜 묻지? 할 거냐고. 그냥 그 질문들은 다정일 뿐이라고. 내가 네 생각을 사실은 자주 하는데, 알고 있니, 하는.


 글을 쓰고 나면 그에게 연락을  것이다. 창포원에 가봤냐고. 집이랑 가깝지 않냐고. 지난 주말에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다고. 그는 연락을 즐겨하지 않고, 내게 자격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말할 것이다. 그리고 나의 오늘 하루는 덕분에 특별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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