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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 로지 Jun 10. 2022

3년 차에 나는 왜 이직을 하지 않았는가



 직장에서 3년을 버텼다는 것은  박수받을만한 일이다. 3-4 차에 대리라는 직급이 주어지는 것도  시간을 버틴사람에게 주는 마땅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직장인 3 차면 직장에서 많은 일을   있다. 아니, 많은  아니라 회사 대부분의 일을  주니어가 한다. 대리는 회사에서 없어서는   소중한 존재다.


회사생활에 웬만큼 적응이 되었고, 맡은 업무를 혼자 힘으로 해내며, 돌발상황에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선례를 보며 답을 내릴 수 있다. 해보지 않은 업무를 해야 될 때 누구에게 물어보면 좋을지 알고 있고, 회사 안에서 누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도 꿰고 있다. 그리고 이 시기에 누군가는 남고, 누군가는 떠난다.


그렇다면, 나는 왜 3년 차에 떠나지 못하였을까.


답을 알고 있다. 우습게도, 그리고 창피하게도, 내가 이직을 선택하지 않았던 이유는 겁이 나서였다. 많은 것들이 겁났다.


- 원하던 직장에 들어갔다. 내 노력도 있었지만 분명 운도 따랐을 것이다. 수많은 이력서를 쓰면서 알지 않았는가. 합격이라는 관문을 통과하는 것은 운도 따라야 하는 것을.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내가 월등하여 뽑혔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물론, 무언가 나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리 큰 차이가 아니었을 것이고, 조금의 차이와 좋은 운 덕이라 생각한다. 반대로 내가 떨어졌다고 해도 조금의 차이와 그날따라 따르지 않은 운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내가 다른 회사에 지원했을 때 다시 이 운이 따라올지 아닐지는 모르는 것이다.


- 기업의 면접 형태는 다양하다. 1차 면접, 2차 면접을 거쳐야만 최종면접에 이를 수 있다. 물론, 이것도 서류전형에 합격을 해야 주어지는 기회다. 기업에 따라 영어 시험이나 적성 시험을 따로 보기도 한다. 그렇게 어렵게 시험까지 치르고 올라간 면접에서 다시 시험대에 올라 이리저리 말로 난도질을 당한다. 20대에는 멋모르고 난도질당했다. 면접에서 저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해요. 를 말하고 왔어야 했는데 저는 사실 병신입니다. 하고 온 것만 같았다. 실수한 문장들이 나를 며칠 동안 괴롭혔다. 최종 면접에 합격하고 난 뒤 제일 좋았던 것은 다시는 이 시험대에 오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내가 병신인 걸 이제 뽐내지 않아도 되었다.


- 3년 차에 이직을 했다고 치자. 내게 또 잘 맞는 업무를 찾았다고도 치자. 그런데 만약 사람들이 별로면? 나는 직장생활을 하며 일 스트레스보다 사람 스트레스가 더 크다고 느꼈다. 일이 나를 아무리 힘들게 해도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마음이 맞거나, 존경할 수 있는 직장 상사가 있다면 버틸 수 있었다. 8년이나 꾸역꾸역 다녔던 이유도 좋은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내가 화나는 일에 같이 화내 주는 동료들, 난관을 맞닥뜨렸을 때 내일처럼 도와주는 동료들. 새로운 회사에 가서 환영식을 하고, 술을 먹고, 내 얘기를 하고, 상대의 얘기를 듣고,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을 하고, 그래서 이 사람에게는 속 마음을 들어내 보이고, 저 사람한테는 조금 거리를 두고, 이미 섞여있는 무리에 불청객처럼 끼게 되고. 이 모든 것을 다시 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미련하게도 이미 형성되어있는 무리에 남기로 한 것이다. 적어도 이 무리는 이미 같이한 시간이 있으니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지금 와서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나는 그 시기에 새로운 변화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누군가가 3년 차에 접어드는 시기라면 한 번쯤 권하고는 싶다. 당신이 지금 이 회사에서 느끼는 불만은 무엇인지, 더 나은 커리어를 쌓고 싶은지, 다시 시험대에 올랐을 때 할 수 있는 말이 많은지, 어떤 스트레스가 더 크다고 느끼는지, 생각을 많이 해보라고 말이다.


오늘도 열심히 버티고 있을 주니어들에게,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말을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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