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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 로지 Jul 14. 2022

어쩌면 우리 모두 우영우가 아닐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화제다. 종편도 아니고, 지상파도 아니고, CJ계열도 아닌 드라마 시청률이 9.1% 라니. 방송 업계에서 오래 일했지만 다시 봐도 놀라운 시청률이다. 이제는 예전처럼 시청률이 30% 나오는 프로그램이 잘 없기도 하고, 시청률이 잘 안 나와도 화제성이 높으면 잘 된 작품이라고 인정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1%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마니아층이 많이 형성되어 몇 번이고 다시 보는 멜로가체질 같은 작품. 그래도 방송사에서 시청률은 성적표 같은 거니, 이왕 잘 나오면 좋긴 하다.


ENA 방송사는 지난 4월 SKY를 리론칭한 채널이다. 다들 신생 방송사로 알고 있지만 이미 있는 채널의 이름만 바꿔 재 개국했다고 이해하면 된다. 나는 OTT 중 넷플릭스를 조금 믿는 편이다. 사 오는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 흥행할 것 같은 작품을 잘 찾아서 계약한다. 넷플릭스에서 계약했다 = 흥행할 것이다. 어느 정도 이 공식이 성립된다 생각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몇 달 전, 친구의 동생이 이 작품과 함께 일한다고 해서 제목을 처음 들었다. 박은빈 주연이라는 말에, 오 연기 잘하지, 하고 대답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1회를 시청했다. 보통 드라마 신작이 나오면 1회는 보는 편이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그랬고, 이제는 소설을 쓰는데 공부가 되지 않을까 해서 챙겨 보는 편이다. 1회를 시청하고 나서 알았다. 아, 이 드라마 어쩌면 잘 되겠다.


아니나 다를까. 2회까지 방송하고 한 주가 지나자 인터넷 기사에 ‘우영우 신드롬’이란 글자들이 보였다.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친구도 내게 우영우를 볼 거라고 했다. 제작사인 <에이스토리>는 지리산 흥행 실패로 주가 하락을 맞았는데, 며칠째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모두 우영우에 매료되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가 로펌에서 고군분투하는 이 작품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나는 두 가지로 생각한다.


첫째, 우리 모두 우영우인 것이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지 않았어도 우리는 실수를 반복하고, 잘하고 싶어 발버둥 친다. 마치 우영우처럼. 그래서인지 드라마에서 열심히 하려고 하는, 똑바로 걸으려 하는 우영우에게서 우리의 모습을 본다. 그래서 더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드라마의 대사나 우영우의 행동이다. 4회에서 수연을 보고 무표정으로 너는 봄날의 햇살이야, 하는 대사에 마음을 부여잡았다. 상대에게 아무렇지 않게 저런 말을 건네는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했다. 돈을 많이 벌어준다는 해바라기 그림을 떼고 자신의 잘못의 증거를 벽에 붙이는 우영우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툭툭 던지는 대사와 장면에서 우리는 깊게 공감하고 또 위로받는다.


우리는 이 시대를 살면서 어쩌면 따뜻함에 굶주려 있지 않았을까 싶다. 겉으로는 나 혼자서도 잘해요, 를 나타내고 있지만 누군가가 괜찮아?라고 물어주길, 힘들게 매일을 버티고 있는 것을 알아봐 주는 것을 기다리고 있던 참에 이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묻는 것이다. 너는 괜찮냐고. 한 사람으로서 우영우를 바라보고, 우영우의 주위 사람들이 편견 없이 우영우를 바라봐주고, 지켜주는 이 따뜻함을 우리는 바라왔다.


나는 이 작품이 진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와 그의 부모가 본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어느 드라마든 잘 다루지 않는 소재를 다뤄야 할 때면 조심스럽다. 아무리 잘 연출해도 중간밖에 가지 못한다. 어떤 식으로 그려지든, 또 다른 상처가 되지 않길. 우리가 이 드라마를 통해서 조금 더 열린 세상을 만들 수 있길. 가늠할 수 없는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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