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싫어했던 음식이 있으신가요? 전 많았습니다. 버섯도 싫어했고, 오이도, 당근도 싫어했습니다. 그리고 그중 제일 싫어했던 음식은 가지 무침이었어요.
초등학생 때 방학이 되면 가끔 할머니 댁에 가있고는 했습니다. 비록 제가 태어날 때는 아들이 아니어서 실망해하셨지만, 삼남매 중에 절 제일 예뻐하셨거든요. 제 뒤로 남동생이 태어났는데도 그랬습니다. 할머니는 저를 위해 계란 프라이도 해주셨지만, 빠지지 않고 밥상 위에 올라오던 반찬이 있었어요. 가지무침이었습니다. 가지를 삶아서 들깨가루를 솔솔 뿌린 무침이요. 젓가락으로 집으면 흐물거리고, 입 안으로 넣으면 물컹이는. 8살 난 아이가 들깻가루의 고소한 맛을 알리가 없지요. 할머니의 약한 이에 가지 무침이 좋은 반찬이라는 것도 알 턱이 없구요. 저는 그 가지무침 때문에 성인이 되기까지 가지를 먹지 않았습니다. 제가 싫어하기 때문에 집에서도 반찬으로 잘 올라오는 일이 없었고, 밖에서 먹을 때도 웬만하면 먹지 않았죠.
할머니는 몇 년 전 치매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저희 집으로 모셔와 몇 달을 함께 지냈습니다. 사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 가늠하지 못했습니다. 잘 지낼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계속해서 아빠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할머니의 아빠에 대해서, 할머니가 어릴 때의 이야기를, 이때에 처음 들었어요. 그리고 계속 우셨습니다. 그 시간 속에 갇힌 사람처럼요. 그리고 평소에 하지 않던, 입에 담지 못할 말들도 서슴없이 뱉으셨죠. 엄마는 할머니의 매 끼니를 정성스레 차리면서도 상처를 받아야 했고, 아빠는 안방을 할머니에게 내어주고도 쓴소리를 들었어야 했습니다. 가족 모두 힘든 여름을 보냈어요. 결국 할머니는 요양원으로 모셨습니다.
요양원에 할머니를 모시면서 우리 모두 마음이 좋지 않았음을 할머니는 알아주실까요. 어릴 적 할머니가 불러주던 개똥벌레를, 제가 가끔은 그리워한다는 것을 알고 계실까요. 그 싫어하는 가지무침을 이제는 잘도 먹는다고, 먹을 때마다 할머니 생각을 한다고 하면 웃어주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