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붕어빵

by 창운

얼마 전 거리에서 갓 구운 붕어빵을 먹었다. 그 붕어빵을 먹으면서 할아버지가 사주셨던 붕어빵이 떠올랐다. 나는 학창 시절을 조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할아버지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의 모습을 지닌 분이셨다. 무뚝뚝하시고 엄하셨으며 동시에 어릴 적 크게 혼난 뒤로는 할아버지가 무서운 날도 있었다.


겨울이면 할아버지가 외출을 마친 뒤에 붕어빵을 종종 사 오셨다. 할아버지는 평소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셨고, 집에 도착할 즈음엔 붕어빵이 식고 눅눅해져 있었다. 할아버지는 그런 붕어빵을 챙겨주시며 목이 막힌다며 우유도 함께 건네주셨다.


어릴 때는 붕어빵을 먹을 생각에 기뻤고, 그저 맛있는 간식을 기다리기만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할아버지는 나에게 직접적인 애정 표현을 하지 않으셨지만, 내가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붕어빵을 사 오셨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아마 경상도 남자의 애정 표현 방식이었을 것이다. 겨울만 되면 할아버지가 돌아오시길 기다리며 붕어빵을 먹던 날들이 떠오른다. 어쩌면 할아버지는 어린 시절 내게 산타클로스와 같은 존재였던 셈이다.


거리에서 붕어빵을 파는 노점상이 많아지면서 겨울을 실감하게 된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찾아오고, 붕어빵을 보면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이 난다. 이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바라기엔 적지 않은 나이지만, 올겨울 크리스마스 선물은 그리운 우리 산타 할아버지 꿈에서라도 뵙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