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자마자 나지막이 불러보았던 몇 개의 이름들.
- 이랑 -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는 그녀의 노래 제목과는 달리 나이가 들면서 세상 모든 사람들은 나를 조금씩 좋아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와는 반대로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가 미워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당장이라도 식사 약속을 정해 모일 수 있을만한 지인은 많지만,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한 손도 다 채우지 못한다.
친구는 두 개의 육체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라는 그런 거창한 말은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나는 거짓말을 혐오한다. 그 누구에게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감추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해도 상대방이 묻는다면 사실대로 말한다. 다만 그것을 먼저 말하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친구에게는 치부 조차도 먼저 말할 수 있다. 그것이 감정적인 치부라고, 너무나 지저분해서 타인에게 보여선 안 되는 것이라고 해도, 숨김없이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내게는 친구이다. 물론 상대방은 친구라고 느끼지도 않을 수도 있고, 그것이 치부라고도 느끼지 않을 수 있지만, 나는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것 까지는 잘 신경 쓰지 못한다. 아니, 하지 않는다는 쪽이 알맞을 것이다.
일어나자마자 나지막이 몇 개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그리고는 이름이 두 개인 너를 떠올렸다.
꽃피는 계절의 퇴근길에 매번 같은 자리에서 느껴지는 바람의 기척과 그 바람에 섞인 이팝 꽃 향기에 멈춰 그곳을 바라보는 것처럼, 이따금 느껴질 '너'의 기척을 '이곳'에서 기다리는 재미와 약간의 아쉬움.
'너'를 떠올리면 몇 년 전의 그 밤과 다르지 않다. 감정의 크기(길이)가 변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너와는 감정의 소모가 일어나지 않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너는 그때의 시간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너는 연마되었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뗀석기의 인류가 돌칼을 만드는 것처럼 너에게 충격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은 너가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