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희 Jul 26. 2024

갓 피어난 배롱나무꽃이 예쁜 명옥헌원림

250살 나무의 백일 간의 여정


너무나 뜨거운 날, 올여름 날씨 중 오늘이 제일 덥습니다. 무안백련지를 여행하고 난 후 가고 싶은 곳이 있었습니다. 담양의 명옥헌원림, 그리고 관방제림과 죽녹원이었습니다. 더워서 집으로 바로 갈려고 하다가 명옥헌원림만 들리기로 하였습니다.

명옥헌원림은 조선 인조시대에 조성된 정원으로 주로 배롱나무가 심어져 있고 소나무와 그 외 나무들이 심어져 있습니다. 배롱낭수는 100일간 꽃이 핀다고 하여 백일홍이라고도 부릅니다.

명옥헌 원림을 가는 길은 시멘트길에서 위쪽으로  열기가 뿜어져 나와 사우나에 있는 것 같습니다. 땀도 쉴 새 없이 흘러나옵니다. 바람은요? 안 불어줍니다. 불지옥 속 600m를 걸어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연못이 있어 조금은 시원한 명옥헌 원림에 도착하니 짜증스럽던 마음이 싹 가십니다.

우리 동네 길가에 서 있는 배롱나무들이 꽃을 피운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힘이 딸려 꽃을 늦게 피운다는  250살 나이 든 배롱나무가 있는 이곳에서 꽃을 피웠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만개는 아니라도 갓피어 싱그런  붉은 꽃들이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초록과 붉은빛이 서로 조화를 잘 이룹니다. 뒤로 보이는 파란 하늘도 아름답습니다.


연못가운데는 섬이 있고 잘 가꾸어진 배롱나무가 선홍색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배롱나무길을 따라 올라온 이곳은 위쪽 연못입니다. 명옥헌 정자보다 위쪽에 있습니다. 주변의 물길을 끌어 모아서 아래 큰 면못으로 보냅니다. 배롱나무는 너무 카가 커서  연못과 함께 담아내지는 못하였습니다.


윗 연못에서 아랫연못으로 흘러가는 물길입니다.

이 작은 계곡의 물소리가 옥구슬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해서 명옥헌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데요. 오늘은 물소리가 작년보다 우렁찹니다. 그때는 또르르 하는 예쁜 소리가 났습니다. 주변의 특징으로 아름다운 이름을 짓는 솜씨에 감탄할 뿐입니다. 동영상을 보시고 옥구슬 소리를 느껴보세요.


명옥헌 정자에 올랐습니다. 가운데 방이고 양옆으로 마루가 있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정자입니다. 오늘은 많은 사람들이 정자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가운데는 방이 있는데 거기서 밖을 바라보는 모습입니다.


이제  피기 시작한 배롱나무꽃들이 아름답습니다. 250년 된 나무들이 100일간의 긴 여정으로 꽃을 피우는 중입니다.

250년전 그때 이곳을 찾은 선비들보다 훨씬 고풍스럽고 더 아름다운  배롱나무를 볼 수  있고 그분들처럼 이 정자를 향유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이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고 앉아있는데 고마운 바람도 붑니다. 다른 인간 세상보다는 시원한 선계입니다.


명옥헌의 모습을 찍어봅니다. 기둥이나 마루나 모두 튼튼합니다. 잔디밭도 연못도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습니다.



왼쪽으로 올라갔다 오른쪽으로 내려옵니다. 오른쪽 부분이 꽃이 더 많은데 그 모습은 왼쪽길에서 더 잘 보입니다. 오른쪽길에서는 고목이 이 세월의 무게를 버티어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속이 비워버린 가지에 시멘트 같은 것을 덧씌어두었는데 올해 보니 색상조정을 잘하여 원래가지인양 감쪽같습니다. 지난번에 올 때보다 많이 달라졌는데요. 죽은 가지는 전정을 했나 봅니다.


물속에 반영된 배롱나무 세상

물속에 담긴 하늘이 아름답습니다.


아직 꽃이 많이 피지 않아 아쉽기는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고흥 가는 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