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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Jul 28. 2024

나의 텃밭 나의 채소들

너무 많아요. 어떻게 다 먹지요?


너무 덥습니다. 현관문을 열기만 해도 더운 바람이 들어옵니다. 마당에 나가니 몸이 익을 것 같습니다. 에어컨 틀어 놓고  집에서 피서를 합니다.  피서하면서 브런치스토리를 읽는데 몰두합니다. 여름 밥상레시피들이 올라옵니다. 가지, 고추, 고구마줄기 등입니다.

아, 저거 우리 텃밭에도 많이 있는데......

 저는  좋아하지만 남편과 아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레시피에 따라 음식 맛은 달라진다는데 요리법이 달라지면 남편과 아들이 먹을까? 애써 가꾼 텃밭식물을 버리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해 보렵니다.


너무 많이 열린 가지

우리 집에서 남아도는 채소는 가지입니다. 남에게 주려고 해도 시골이라 이웃들도 가지는 많이 아쉽습니다. 택배로 친구에게 부친다 전화를 했더니  마트에서 사 먹겠다고 정중히 거절합니다. 택배비가 더 비싸겠지요?

가지는 5월 2일 3그루 심었습니다. 심을 땐 작은 모종이라 3그루도 모자랄 듯했습니다. 꽃샘추위로 잘 자라지도 않았고  언제 열매를 맺기나 할까? 의심의 눈초리로 커 가는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아직 작은 가지에 예쁜 보라색 꽃이 맺히던 날 너무 기뻤지요.  차박 한번 갔다 오는 사이 자라고 다시 갔다 왔을 땐 가지를 땄어요.

가지무침을 해 먹으면서 뿌듯했지요.  가지나물은 물렁한 식감이라 이를 좋아하지 않는 남자들!

남편은 예의상 두어 젓가락 먹었는데 아들은 눈길도 주지 않았어요. 난 맛있게 먹었지요.

그 후 가지를 물기를 빼고 프라이팬에 먼저 구운 다음 양념을 부어 볶았더니 아들도 남편도 먹었어요. 그래도 반 이상은 제 몫이었지요.

그 후 가지는 텃밭에 그대로 달려 있었고 가지는 열매의 무게를 이비지 못하고 축 쳐져 있었어요.


내 텃밭 농사 성공작인데 버릴 수는 없었답니다.

친구들 단체 카톡방에 가지나 고추 깻잎이 고구마순 필요한 사람 있냐고 올렸어요.

고맙지만 마트에서 사 먹겠다고 했어요.


이를 어쩌나?

우리 집 주방 담당인 남편은 여름이라고 점심 메뉴를 어제는 비빔국수로 하더니 오늘은 냉면으로 정해버렸어요.

고추와 고구마순은 안다면 되지만 가지는 너무 많이 달려 안 딸 수가 없었어요. 큰 것만 땄는데 무려 16개


오늘도 요리 못하고 지나가면 어떻게 해?

버릴까?

아까워. 너무 아까워.


말리면 안 될까? 남편이 말했습니다.

말려서 해먹을지는 모르지만 햇볕이 좋은 오늘 가지말랭이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지를 길게 4 등분하고 또 3 등분하여 썰었습니다.

그리고 마당에 널었습니다. 햇빛이 너무 뜨겁습니다. 잘 마를 것 같습니다.


겨울날

텃밭의 추억을 되새기며 가지요리를 해 먹을 꿈을 꾸어봅니다.



숲이 되어 버린 들깨

깻잎도 남아도는 채소입니다. 작년에 이사 와서는 쌈 채소가 모자라  가을이 되어갈 무렵  어린 들깨모종을 심었습니다. 종자를 남기려고 그러는지 깻잎을 따먹지도 못했는데  꽃이 피어버렸습니다.  그 들깨를 수확해서 봄에 뿌렸는데 지금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너무 풍성하게 자라 가지와 잎을 모두 솎아 주었습니다. 자른 순과 잎이 고랑에 가득합니다. 유기물 멀칭을 합니다.

들깻잎은 하루 10장만 있으면 되는데 과잉생산입니다. 나중에 들깨 수확이 가능할까 봐 그냥 둡니다. 언제쯤 수확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고구마는 뒤꼍에 있습니다. 심어만 두고 관리를 안 하는데도 잘 자라고 있습니다. 고구마순은 굳이 안 따도 되니 좋습니다. 저에게는 고구마가 제일 키우기 좋습니다. 많이 있으나 과잉생산은 아닙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라기는 했지만 직접 농사를 지어보지 않았습니다. 낫질도 배웠고 호미질도 했지만 주도적으로 농사를 지은 적은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진주로 유학을 가서  시골집으로 다시 돌아가서 살지는 못했지요.

경험 없이 씨 뿌리고 키우자니 어렵습니다. 3그루 심었던 오이는 5개 수확에 그쳤고  파프리카는 열매를 단 채 말라버렸습니다. 어떤 종류는 과잉 생산 어떤 종류는 수확 실패지만 무농약은 확실합니다. 축분 퇴비 대신 유기물 깔기 등 토양에 신경을 씁니다.


작년보다는 올해는 텃밭이 풍성합니다. 작은 텃밭에 채소를 20가지 정도를 가꾸고 있습니다.

양배추, 상추, 부추, 대파, 쪽파, 당근, 고추, 가지, 오이, 토마토, 참외, 고구마, 깻잎, 바질, 파슬리, 생강, 박하, 민트, 로즈메리, 방아, 당귀입니다.

그리고 잡초처럼 저절로 나는 둥굴레, 갓, 머위도 있습니다. 물 주고 풀 뽑는 게  노동의 전부이지만 올여름에는 과분한 수확물을 줍니다. 


여름철 우리의 밥상도 공개해 보겠습니다. 냉장고문을 열고 식재료를 꺼내는 대신 텃밭으로 갑니다.  내게는 힐링의 시간입니다.


아침: 샌드위치    점심:

저녁: 스파게티나 냉면, 졸면, 족발 중 선택

우리의. 식사 메뉴입니다.



아침식사

양배추양파계란패티
샌드위치
양배추와 로메인상추

아침 식사 샌드위치입니다. 저는 아침 일어나자마자 텃밭으로 나가  양배추와 로메인 상추를 수확해 옵니다. 양배추는 맨 바깥잎 3장을 뜯어옵니다. 25개 정도 있으니 성장하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한 달쯤 있으면 정말 결구될 거예요. 그때는 양배추를 채 썰어 샐러드로 만들어 먹습니다.

샌드위치는 양배추와 양파를 잘게 다지고 계란을 풀어 노릇노릇 부쳐냅니다. 일 년 내내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입니다. 빵은 마가린으로 굽습니다.

위에 로메인 상추, 토마토를 얇게 썰어 얹습니다. 다음은 토마토케첩을 뿌리지요.  그리고 커피 한잔 아침 메뉴는 고정입니다.

우리 세 식구의 아침식사 완성입니다. 요리사는 남편입니다.


점심식사

점심식사는 삼겹살이나 두루치기 등 돼지고기 요리가 있는 편입니다.

상추, 고추, 깻잎, 양파, 부추가 있고 고구마줄기 볶음, 가지볶음, 갓나물이 가끔 등장합니다.

돼지고기를 빼고는 우리 텃밭에서 자급자족합니다.




저녁 식사

저녁식사 스파게티

파슬리 바질 민트 로즈메리 등 허브도 직접 기르고 있습니다. 허브도 생산량이 공급을 넘칩니다.


파슬리는 무난한데 바질은 강한 향기 때문에 아들이 흠칫합니다. 익숙한 맛이 아니라 적응해 보겠다고 바질도 넣으라 합니다. 내가 없을 때 남편이 파슬리가 어떤 것인지 몰라 로즈메리를 따서 요리를 했습니다.  로즈메리는 먹으려고 심은 것이 아니고 요리레시피에서 보지 못했기에 맛이 이상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식감도 맛도 괜찮더라고요.  직장에 다닐 때 우리는 스파게티는 해 먹지 않았는데 아들의 요청으로 2달 전부터 저녁메뉴로 정했습니다. 점차 맛도 좋아지고 요리법이나 쓰는 채소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가지 요리는 점심때만 먹을 수 있습니다. 오늘 점심은  비빔국수를 하는 바람에 먹을 기회를 놓쳤습니다. 내일은 남편이 메뉴를 정하기 전에 가지요리와 아삭이 고추 무침 고구마 순 볶음을 해야겠습니다.


유미래 작가님의 가지볶음과 아삭이고추 된장무침, 화수분작가님의 고구마줄기 요리 꼼꼼하게 보고  또 봅니다. 내일 점심 밥상이 풍성해지기를 기도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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