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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Jul 31. 2024

시골살이 갈등 3

가엾은 분

우리 울타리 안에 있는 유자나무를 자기네가 수확하겠다고 통보한 뒷집 어르신들 이야깁니다.

올해부터 우리 부부는  유자나무를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집의 유자나무는 총 5그루였습니다. 뒤꼍에 1그루, 텃밭에 4그루 있습니다. 전정하고  잡초를 제거하고 퇴비를 두 포대씩 주었습니다. 뒤꼍에 있는 것은 멀리 떨어져 있어 퇴비를 옮기기도 힘들었습니다. 그 나무는 뒷집 어른들이 자기네가 수확한다고 했는데

작년에 열매가 시원찮으니 거들떠보지도 않더군요. 그래서 우리가 관리를 했었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농약을 치기 시작하시더군요.

새벽 다섯 시에 우리는 창문을 열어 놓고 자는데 예고 없이 농약을 치시던 분들입니다. 그래서 생각했어죠. 우리의 불편은 생각하기나 하는지 모르고 하는 일인지 알면서 하는지?

그래서 다음부터는 그 유자나무는 우리가 관리를 안 했습니다. 덩굴식물이 나무를 덮든 그 나무 아래 잡초가 무성하든 관리를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어느 날, 우리 텃밭 가장자리에 심어둔 설악초 7그루와 귀농인께서 나눔 해주신 작약의 잎이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웬일인가? 물이 부족한가? 보았더니 윗집에서  제초제를 뿌리면서 우리 텃밭에 까지 날아온 것이었어요. 아끼던 작약 잎이 말라죽으니 마음이 아팠지요. 일부러 내 화초를 죽이려고 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자기 집에 친 것이 우리 집까지 넘어온 것뿐이니까 그냥 속 쓰리고 넘어갔습니다.


오늘 아침

제가 텃밭에 물을 주고 있었습니다. 뒷집 어르신께 인사는 건넵니다.  감정을 가지고 대하면 나의 기가 빠져 버리니까 그냥 인사는 하고 지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참 덥습니다.'

그런데

'유자나무 가지 말이여.......'

우리 텃밭 유자나무를 보고 말했습니다. 우리 텃밭의 유자나무들은 나뭇가지가 말라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죽은 나무에 가지를 전정해 주라는 말이려니 생각하고 귀를 기울였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자기네가 따가겠다던 그 유자나무에 덩굴손을 나보고 제거하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덩굴손 아랫부분만 잘라주면 된다나요. 자기는 담 넘어 들어오기가 힘들다면서 저보고 하랍니다. 이건 부탁의 말투도 아니었어요.

저는 낫질은 잘합니다. 그거 못해서 이제까지 안 한 것 아닙니다.  


한편으로는 안쓰럽습니다. 그게 뭐라고 욕심을 부리실까요? 그 한 나무에서 나올 수입이 얼마나 된다고. 열매는 가져가고 나머지는 우리가 관리하라니 황당합니다.


끙끙 앓던 소리를 내며 농사짓던 마늘 밭은 너무 힘들어서 내년부터는  마늘농사를 하지 않으신답니다. 그 밭에는 유자나무를 심었습니다.

한동안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짓더니  잡초가  자라니  그것을 못 보고 20L 약통은 메고  더은 한낮에도 제초제를 뿌리십니다. 끙끙 앓는 소리를 내시면서요. 남편 분은 여전히 혼자. 놀러 가시오.

 점심 드시러 오시고요.

그 모습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갈등이 생깁니다.  밭에 약치는 것은 도와주지 않더라도 우리 담장 안에 있는  풀을 말없이 벨까?


엊그제 일입니다. 우리 담장 앞에 잡초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안 뽑은 지 20달 정도 되었더라고요.

4번 집 여성  어르신이 제초제를 뿌리고 계셨습니다. 우리는 인적사항을 잘 몰라 옆집을 부를 때 1~5번 집이라 부릅니다. 그 어르신도 이제 연세 90세를 넘기셨답니다. 남에게 피해를 줄까 봐 올해부터 회관에도 안니가 신데요.

본인 집을 다 뿌리시고 3번 집을 뿌리고 계시길래 남편이 우리 집 앞 잡초를 뽑으려는데 내가 제초제 뿌려주겠다. 뽑지 말아라 하시면서 우리 집을 건너  2번 집 1번 집까지 다 뿌려 주시더랍니다. 참 고마운 분이지요.

그분은 우리 집 앞에 시금치와 옥수수 등을  말없이 두고 가시지만 누군지 압니다. 그분의 일이라면 못 도와드릴 게 있겠습니까? 하지만 도움을 잘 안 받으십니다. 조금이라도 도와드리면 무언가를 주십니다. 동네분들은 대부분 그런 분들입니다.


뒷집 어르신은 우리가 월세로 산다고 약간 무시하는 듯도 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당당하니 별 상처를 받지는 않습니다. 운동하고 글 쓰고 여행 다니고 우리의 소소한 일상을 즐깁니다.


그래도 한 여성의 삶은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남편. 귀하고

자식도 귀하고

그래서

자신의 뼈를 갈아가며 희생하며 혼자 일하고 계심이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이웃은 하찮고


일욕심

돈욕심

내려놓으시면 좋을 텐데


우리 만항재 갔다 와서

덩굴식물 정리해 드릴게요.

어르신 몸도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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