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에 머물다- 태양초 고춧가루
짧은 글일 뿐 시는 아닙니다.
후드득
빗방울 소리
후다닥
남편이
마당에서 거실로
고추를 옮긴다.
꼬들꼬들
사각사각
속이 훤히 비치는
잘 마른 고추들
"이거 믹서로 갈면 고춧가루 되려나?"
뻔한 호기심
아직 만들 생각 없는데
첫 경험이라 신나 말만 해본 건데
벌써 내 앞에
놓여 있는 분쇄기
우리 남편은 번개 같다.
붉은빛 더 투명하게
닦고 또 닦은 고추
가득 구겨 넣어 누른다
하나 두울 셋
"이건 뭐야?"
노란 씨앗 도드라져
붉은빛이 모자란다.
빨강, 주홍, 노랑
고춧가루는 왜 이리 적은가요?
한통도 안되네
매운 냄새만 솔솔~~
짜파게티에 나물 무칠 때 솔솔~~~
아껴 먹어야겠다.
일단 고춧가루로 쓸 수 있을 만큼은 됩니다.
고춧가루를 만든 후 유튜브를 보았습니다. 붉은 고춧가루를 만들려면 씨앗을 빼내야 하고 고추는 가위로 갈라 속 부분도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남은 고추로 더 붉은 고춧가루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시도 후 고춧가루를 만드는 데는 거침이 없을 것 같습니다.
희원이 작가님처럼 7 행시 적어 보았습니다. 하루 일과 중 중요한 한 사건으로 적어 보기로 했습니다. 안 하던 거라 이래도 되는지 올리기도 민망합니다.
고춧가루 만들기 7 행시
제목 가을 여행
고-요한 가을
추-색의 전령사 때 이른 귀뚜라미 소리 들린다
가-슴이 콩닥콩닥 단풍의 계절 차박여행 꿈꾸며 설렌다.
루-루 루루루룰루 지금 단풍 익어가고 있겠지?
만-산홍엽 천자만홍 물
들-이기 위해 마지막 햇빛의 분수로 샤워하겠지
기-다림은 조금만 더, 광활한 산과 들이 그리는 고운 수채화가 내 앞에 펼쳐질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