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해안도로는 왜 붙여진 이름일까? 궁금했는데 이곳이 영광군 백수읍에 위치해 있군요. 백수읍에는 구순산이 있는데 봉우리가 99개여서 100개에서 하나 모자라다고 百에서 획 한자를 빼어 白자를 써서 백수(白岫)가 되었다 하는군요.
백수건달의 백수와는 한자가 다르네요.
저는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미국의 17마일 드라이브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 다녀온 지 하도 오래되어서 17마일 드라이브는 생각나지 않고 백수해안도로의 그때와 다른 변신에 놀랍니다. 차도에도 노을을 볼 수 있는 전망데크가 군데군데 설치된 이 있고 그 아래 노을길이라는 산책로는 90% 이상이 걷기 좋고 보기 좋은 나무데크길입니다. 단지 정상 전망대에 때양광집전판이 설치되어 미관을 흐리게 하고는 있습니다. 그걸 제일 중요한 곳에 설치했을까요?
이번에는 하루 종일 시간이 있어 백수해안도로의 해안노을길을 걸어보았습니다.
우리는 365 계단을 내려가 삼미랑 쉼터까지 갔다 돌아오고 다시 노을 전시관까지 돌아왔습니다. 왕복 5km에 길을 만조인 줄 모르고 바닷길을 걸었다가 돌아온 것을 더하면 6km 정도 걸었습니다. 섬도 별로 없는 먼 수평선을 바라보는 넓은 바다. 뷰도 좋고 걷기도 좋은 최고의 길이었습니다.
정리는 삼미랑 쉼터부터 노을 전시관까지 순서대로 적겠습니다.
우리 트레킹의 시작점
바다 건너 영광원자력발전소
서해랑길 삼미랑쉼터
제8 주차장으로 올라왔습니다. 주차공간도 확보되어 있고 쉼터도 넓습니다.영광원자력발전소가 보입니다.
서해랑길의 삼미랑 쉼터입니다. 1주일 방 대여한다고 현수막을 걸어 놓았습니다. 제8주차장 쉼터는 넓고 조망이 좋아서 지나는 객들이 들렀다 갑니다.주로 차로 드라이브를 즐깁니다. 오늘 이 구간에서 걷는 사람은 우리 둘 뿐입니다.
걷기 좋고 조망 좋은 길을 따라 걷습니다. 그리 힘든 것 같지는 않은데 바람도 간간이 불어 주는데 땀이 많이 흐릅니다. 30도를 넘어가는 무더위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어도 땀이 나는데 걷는데 당연하지"
남편의 말입니다.
걷고 땀 흘리는 것이 가만히 있으면서 땀 흘리는 것보다 훨씬 낫지요.
이곳은 칡이 잘 자라고 있고 꽃도 펴 향긋한 향기를 전해줍니다.
단지 타고 올라온 나무들은 잎이 햇빛을 보지도 못해 죽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조망 좋은 곳에 흔들 거네가 있어요. 튼튼하고 예쁘고......
이곳을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어요. 백수해안도로를 걸으면서 안락한 곳에서 바다뷰를 보며 호사를 누립니다.
이제 다시 365 계단 전망대, 출발지인 6 주차장 전망대 아래로 왔습니다. 뷰가 환상적이에요. 섬이 별로 없으니 바다가 정말 넓어요. 저너머는 중국이겠지요. 바닷물을 황토색이긴 하지만 적응이 되니 예뻐 보여요. 광주에서 오신 부부와 한참 이야기했습니다.
이제는 노을 전시관 쪽으로 갑니다.
이쪽 길도 끝내줘요.
와! 나는 사진 찍기 바쁘지만 남편은 오늘도 걷기에 열중
이런 바다를 보지 않고 가버리다니
아니 보면서 걷고 있나?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올라가서 노을 전시관으로 갔고 다른 하나는 그냥 쭉 가는 데크길입니다.
만조시 통행불가라는 안내가 있었지요. 올라가기 싫은 저는 설마 만조겠나? 하면서 쭉 가는 바닷길을 택했습니다.
그런데요. 위 사진에서 데크가 없어졌어요. 바위로 올라가 길을 찾았지만 없어요. 아마 바닷길은 여기서 바위를 타고 내려가 모래밭을 지나는 길인가 봐요. 길이 없는 걸보아 만조인가 봐요. 바위 바로 아래까지 파도가 치고 있었거든요.
아쉬움을 달래고 돌아 나와서 오르기 싫은 계단을 올랐네요. 막상 오르고 보니 몇 계단 안되었어요. 한숨에 올라갈 수 있었으니까요.
차도를 지나 얼마 되지 않는 곳에 노을종이 있었어요. 노을종을 치는 방법이 적혀있더라고요.
종을 한 번 치고 맥놀이를 느끼면......
종을 두 번 치고 맥놀이를 느끼면......
종을 세 번 치고 맥놀이를 느끼면......
맥놀이는 종을 치고 나니 당목(종 치는 나무)을 매달아 놓은 쇠줄의 진동이 느껴졌는데요. 그 진동을 느껴보라는 뜻인 것 같아요.
저는요 종 한번치고 가족의 행복을, 두 번 칠 때는 구독자님의 행복을, 세 번 치고는 저와 인연이 닿은 모든 사람의 행복을 기원했어요.
종을 치고 나니 진동이 많이 느껴졌어요. 저 외 종을 치는 사람을 보았는데요. 첫 번째 친구는 큰소리가 날까 봐 살짝 갖다 댈 정도로 쳤고 한 번밖에 못 쳤어요. 소심하지만 남을 배려하는 친구였지요.
두 번째 친구는 두 줄을 잡고 정성스럽게 세 번 둥둥 쳤어요. 그때까지 모든 사람들이 경건하게 종을 대하는 줄 알았습니다.
마지막 보는 청년은 당목 끝쪽을 잡고 화풀이하듯 집어던지듯 종을 쳤습니다. 남은 상관없이 거침없이 둥둥......
MBTI가 달라서 그런 건가요? 각자의 개성이라 존중합니다.
행복을 잘 간직하라는 자물쇠
저는 안 하렵니다. 잠그지 않고 충전을 자주 하려고요.
데크를 걸어가니 300m 후 바로 노을 박물관이 나타났어요.
와! 바람
눈을 감고 바다를 달려봐요. 정말 바다를 달리고 있잖아. 넓고 넓은 바다 위 나는 새, 나는 한 마리 갈매기, 노을 박물관
등대를 바라보며 보온병에 넣어간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사실 낯선 곳의 방위를 나는 짐작도 못한다. 어느 촉에서 노을이 비칠까?
3면이 트여 있으니 이곳에서는 어디서라도 보이겠지?
차도를 걸어 제6 주차장 즉 정상 전망대로 돌아왔습니다. 4시였고요. 놀멍 쉴 멍 걸어도 3시간이면 충분하네요. 그곳에 가실 길 있으면 백수해안도로 산책길 한 번 걸어보세요. 우리도 전망대에는 몇 번 왔지만 해안 노을길은 처음 걸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