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신수가 훤하다
손만 대면
15,000원인
미용사
손놀림 보니
어렵지는 않은데
평생을 공짜로
머릿속 100만 장자 될 계산
우리 마누라 솜씨로도 되겠는데....
알뜰한 남자는
나도 모르게
바리깡을 샀다
처음으로 바리깡을 잡는다
팔, 다리
온몸이 다 떨린다
생각과 다르게 움직이는 바리깡
어떨 땐 뭉떵 잘려나가고
어떨 땐 한가닥도 잘리지도 않는다
머릿속은 저게 아닌데
손은 마구마구 실수를 한다
고도의 집중력
그의 머리 바짝 내 눈이 붙는다
내 얼굴에도 머리카락이 붙고
코로도 머리카락이 마구 들어간다
헤어 디자인도 모르고
기구 사용법도 모른 채
그의 의지로. 나는
이발사가 된다.
자기 머리를
초보 미용사 마누라에게 맡기는
그 사람은 어떤 마음일까?
떨리지는 않을까?
덜덜 떨던 손이
드디어 머리카락을 잘랐다.
잘되는 것 같더니
어느새
뭉떵
앞머리가 푹 올라갔다
새로운 스타일 창조
다시 붙일 수도 없고
이를
어떻게 말할까?
망설이다 하는 말
당신 한 달간 모자 쓰고 다녀요.
다른 사람들 말이
처음치고는 잘 깎았다 하더란다.
그 머리를 그대로 드러내고 다닌다.
옆에 서 있는 내가 다 창피해
두 번째 이발
뒷머리는 합격
귀 앞 머리가 너무 길다.
수정하려다
두 달이 걸렸다
첫 번째보다는 낫다고
모자를 쓰지 않았다
세 번째
당신 이발해야겠는데
먼저 제안한다.
마당이 따뜻한 날 깎자
드디어 그날이다. 뒷머리선 정리하고
귀 밑 정리하고
귀뒤도 깨끗하게 정리한다
그리고
조금씩 밀어 올린다.
덜 떨린다.
정신을 집중하여
조금씩 자른다
얼굴은 머리빨이라더니
이번에는 좋아
아직 작게 쥐 파먹은 곳은 있어도
이발 후 신수가 훤하다
12000원짜리란다.
수고비 대신
수고했단 말
잘 깎아다는 말뿐이다.
첫 이발 때
포기했다면
이 솜씨는 없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