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날씨가 따뜻해져 운동하고 왔습니다. 베를린스카프를 완성한 지 이틀만입니다. 하나의 일에 매달리면 밥만 먹고 해내는 것이 스스로 생각해도 놀랍습니다. 그러느라 종일 집 밖으로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시간이 생겨 어제는 텃밭을 정리했는데 벌써 봄까치꽃이 보석 같이 피어서 웃고 있었습니다. 돌나물도 말라붙은 순아래로 초록순이 나고 있었는데요. 어렵게 구해 심은 작약의 싹은 보이지 않아 걱정입니다.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올라올까요?
대바늘 뜨기로 작품을 만들어본 적이 없는 제가 베를린스카프를 만들어달라는 딸의 부탁을 들어준 것은 시간이 넉넉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겉뜨기 안뜨기 정도의 기초는 아니까 여러 작품 중 가장 쉬운 목도리는 쉽게 만들 줄 알았습니다.
'OK'
말이 떨어지자마자 딸이 털실을 주문하였고 그 외 준비물은 사줄 생각도 안하더군요. 돗바늘과 대바늘은 내가 주문했습니다. 노동력에 대한 보상도 없고요. 고맙다는 한마디로 땡 해버렸습니다.
실이 오자 도전했습니다. 유튜브를 보고 뜨라 해서 들어가 보았는데 먼저 게이지 내는 방법이 나왔습니다. 10cm의 정사각형의 샘플을 만들고 물에 빨았을 때 얼마나 줄어드는가를 재어보는 것이었죠. 저는 이과정은 생략했습니다.
대략 길이는 2m 정도 폭은 20cm 정도로 짭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난관에 빠졌습니다. 한 겹으로 짜는 것이 아니고 원형 뜨기를 해야 하더라고요.
코바늘로 대마늘로 여러 방법으로 시작단을 떠보았지만 계속 실패했습니다. 유튜브에서 원형 뜨기를 찾아보고 뜨는데도 대바늘의 줄과 간격을 못 맞추어 하루는 풀었다 떴다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10줄 이상 올라갔고 이제 원통모양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뜨개질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산에서 여기까지 떴습니다. 매달 여행기를 쓰는 때가 되어 잠시 멈추었습니다. 이달 여행지인 부산 다대포로 갔다가 고흥집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누구 것이냐고 묻더니 자꾸 불평을 합니다. 딸보다는 남편 먼저 생각해 줘야 한다고요. 남편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보았더니 넥워머(목싸개)더라고요. 목이 추운 걸 견디지 못한대요. 2m 완성하려면 아직 멀었는데 그냥 남편 것부터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벌써 10코가 줄어. 풀어야 하나 고민 중이었는데 두 겹으로 마무리했더니 딱 맞네요. 아주 따뜻하다고 만족해합니다.
그 후에는 하루 종일 매달려 있어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어요.
다시 시작하여 2m까지 뜨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하루 꼬박해도 40cm 정도밖에 못했어요. 첫째 날은 아주 짧았어요. 이틀을 하니 제법 길어진 듯했습니다. 40cm와 80cm의 차이는 껐어요. 3일이 지나니 목도리의 느낌이 났어요.
재미가 붙었고 솜씨도 늘어나고. 속도도 빨라졌어요. 베를린 스카프는 겉 뜨기를 무한반복하니 그리 어렵지는 않았어요. 5일째 되는 날. 2m 완성했어요.
이 제부 터는요 제일 어려운 것이 남았어요. 프린지 뜨는 것인데요. 뜨는 방법이 어렵다기보다 예쁘게 만들기가 어려웠어요. 총 20개인데 길이도 하나하나 재었어요. 프린지 만드는데도 이틀이 걸렸어요.
일주일 밤낮으로. 밥만 먹고 만들었어요.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 실값은 2만 원 정도인데 고급인력의 수공비를 계산하자면 엄청 비싼 목도리입니다.
일당 15만 원 x7+20,000원=1,070,000원
딸아
이 가치의 목도리다. 소중하게 여기고 사용해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