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그리고 아쉬움

by 성희

일본여행을 하는 사이 2025.8-2026, 7 년세를 줄 날이 되었다. 주인분께 메시지를 넣고 준비해 둔 금액을 입금하려고 했다. 지금 우리는 부산에 살던 집은 그대로 두고 고흥 시골집을 계약해서 귀촌한 지 3년이 되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은 만 2년 동안 살았다.

여름 차박으로 3개월, 겨울 동남아 거주 2개월의 계획이 있고 국내 차박도 장박으로 자주 나가는 우리에게 이 집이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처음 이 집을 구하면서 느꼈던 즐거움, 시멘트를 사다가 미장공이 되기도 하고 쓰레기더미인 환삼동굴이 정글을 만들었던 터를 텃밭으로 만들던 일 등 좋은 추억이 많이 있어 그냥 떠나기는 아쉬웠다.

1년만 더 살아보자 라는 생각으로 1년 치 년세를 낼 돈 240만 원을 마련하였다. 작년에 입금했던 날 입금하면 되겠지? 하며 무심코 여주인에게 입금을 하겠노라고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는 문자를 넣었다.

이제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어 묵시적 갱신이 이루어진 줄 알았다. 금액을 올리려면 6-2개월 전에 미리 연락을 주어야 하니 말이다. 문자를 보내고 나서도 답이 없었다. 이틀간이나 답이 없었다. 돈은 준비가 되었고 시간이 더 가기 전에 정확하게 처리하려고 이번에는 남자주인분께 문자를 드렸다. 잠깐 기다려주라고 연락을 한 후 묵묵 부담. 하루 있다가 여주인이 문자를 보내왔다.

"지난번 수도 수리비가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연세는 350만 원입니다. 작년에는 보증금 1000만원 년세 240만 원이었다. 년세가 거의 50%가 올랐다.

그 뒤에 수도는 동파방지를 위해서 한 방울씩 틀어주세요.라고 덧붙였다


360만 원을 받으면 세무서에 월세수입 등록을 해야 하니 350만 원인 것 같다. 임대차에 대해서 뭔가를 알고 있는 듯하다.


수도의 수리비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180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 공사의 규모에 비해 과다지출이 된 듯했다. 미세하게 물이 새는 것이니 공사비가 30-40만 원 정도 나올 줄 알았다. 시골 공사비는 왜 이리 비싸나 생각했고 사실 바가지 요금을 의심했다. 주인께서 공사업자를 데려왔고. 그 비용을 부담해 주셔서 우리는 너무 미안하고 감사했다. 남자주인께서는 가끔 집을 방문하시며 집을 관리하려는 진정성을 보여 주시길래 우리는 주인 부부를 전적으로 신뢰했다.


수도관의 노후화로 인한 고장이면 임대인 부담, 동파 등 관리부실이면 임차인 부담이다. 비교적 따뜻한 실내에서 미세하게 물이 새었기에 분명 동파는 아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수도 고장의 원인을 무조건 동파로 몰아가려 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때 지불한 금액을 회수하려는 듯한 문자를 보내왔다.


우리가 동파방지를 안 한 것이 아니다. 집관리에 철저한 남편은 쓰지 않는 수도까지 모든 수도꼭지를 한 방울씩 흐르도록 틀어 놓았다. 계량기통에도 겨울 옷을 두툼하게 넣었다. 바깥수도는 비닐로 감쌌고 꽁꽁 매어 두는 바람에 겨우내 수도꼭지를 틀 수도 없었다.


이전에 브런치에 물을 틀지 않아도 수도계량기가 돌아간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우리 부부는 이것을 낡은 배수관 때문이라 생각는데 주인은 동파라고 밀어붙인다


임대차 계약을 할 때 전세금이나 월세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협의하여 5% 인상한다고 알고 있는데 지금 올린 금액은 무려 46%이다. 적어도 2개월 전에 올리겠다는 의사표현을 해야 하는데 월세를 내려는 순간 문자를 보냈기 때문에 그전에 집계약은 묵시적 갱신은 이루어졌고 우리가 이전 가격으로 2년을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서로 불편한 관계로 지내기는 싫다. 수도공사비에 관한 문제라면 연세를 올리지 않고 공사비를 지불할 즈음에 나누어내던지 하는 협의가 있어야 했다.

지금 일방적으로 년세를 올리고 동파방지를 하라는 것이 갑과 을의 관계로 생각하는 같아 좀 아쉽다. 이 집은 리모델링을 했다고는 하지만 노후 주택이고 장마철이면 방바닥이 축축해지고 곰팡이도 피는 노후주택이다. 방바닥을 말리려고 여름에도 보일러를 틀고 에어컨의 건조 버튼을 계속 눌렀다. 또 창고에 방하나 넣고. 에어컨 3대 설치하는데 500만원이 들었다.


내 집처럼 꽃도 심고 채소도 가꾸던 정든 집을 떠나야 할 것 같다. 이제 고흥을 떠나라는 암시일까? 70세까지는 차박여행에 집중하라는 것일까? 이 집에서 쓰던 짐들은 모두 정리하려고 한다. 꼭 필요한 것만 차로 옮길 것이다. 시골 전원생활이 10년간 차박으로 바뀔 것이다.

건강이 동반자니 건강도 잘 챙길 것이다.


내가 사랑했던 고흥, 머나먼 일본 땅에서 떠날 결심을 하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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