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에서 마주한 노후, 그리고 어느 노신사의 눈물
오늘 아침은 유독 공기가 차갑습니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느라 밖을 나섰다 들어오니, 차 안의 온기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오늘 제주의 공기는 차갑습니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 차 안에서 하루를 보낼 생각입니다. 집에서 살림을 살던 내가 남편이 해주는 밥을 먹으니 감동이네요. 내손은 부지런히 자판을 누릅니다.
남편과 마주 앉아 있다 보니 이런 애기 저런 얘기 하게 됩니다. 마음은 여전히 청춘 같지만, 현실의 우리는 인생의 황혼기에 서 있습니다. 다만, 우리의 노후는 남들과 조금 다릅니다. 차 안에서 생활하며, 우리가 오랫동안 설계해 온 방식대로 자유롭게 살아갈 날을 불과 몇 달 앞두고 있습니다.
이야기 도중 남편이 밴드에서 읽었다며 한 노신사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대전 계족산 황톳길에서 만난 어느 전직 차관보 어르신의 마지막 여정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잊지 못할 어느 노년의 신사 이야기
젊은 시절 행정고시에 합격해 차관보까지 올랐던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평생 앞만 보고 달려온 대가는 가혹했습니다. 퇴직 무렵 건강은 악화되었고, 헌신적으로 병시중을 들던 아내는 남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홀로 남은 그에게 자식들은 안식처가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병실을 찾아온 딸은 투덜대고, 아들 집에서는 며느리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결국 어르신은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전 재산을 정리하고 여행 가방 하나만을 든 채 길을 떠났습니다.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몸으로 추억이 깃든 곳들을 돌아보며 홀로 눈물을 흘리다, 스스로 요양원에 몸을 맡겼습니다.
그분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식들에게 알리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남은 돈은 요양원에 기부하고, 한 줌 재가 되어 산에 뿌려지기를 택했습니다. 평생을 성공을 위해 살았지만, 마지막 길은 그 누구보다 고독했던 한 노신사의 이야기는 '인생무상'이라는 네 글자를 가슴 깊이 새기게 합니다.
[김계전 칼럼 원문 읽기] https://blog.naver.com/choi_s_h/222136066164
시대의 변화는 이해하지만, 잃지 말아야 할 도리
이 글을 읽으며 남편과 저는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사실 우리는 변해가는 이 시대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자식 세대가 더 이상 부모 봉양을 감당하기 힘들어졌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또 이해합니다. 부모와 가족을 부양하느라 자신을 희생했던 과거의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인생을 자유롭게 꾸려가는 젊은 영혼들을 우리는 오히려 지지합니다.
또한, 지금의 경제적 여건이 얼마나 가혹한지도 알고 있습니다. 부모 세대보다 더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 자식 세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은 스스로 꾸려가야 하는 법입니다. 부모를 봉양하지 않기로 선택했다면, 그 결정에 따른 책임도 본인이 져야 합니다. 부모를 돌보지 않으면서 부모의 유산만큼은 당연하게 바라는 태도는 분명 잘못된 사고방식입니다.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난 부모에게 봉양은 못 하겠다면서도 재산은 자신들과 의논하지 않고 처분했다는데 분개한 자식들. 이것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빚어낸 참으로 서글픈 사회적 단면입니다.
우리의 노후는 '독립'이고 '자유'입니다
남편이 덧붙입니다. 70대에 제일 행복한 사람은 건강한 사람이랍니다.
80대에 제일 행복한 사람은 부부가 함께 사는 사람이라 합니다.
90대에 행복한 사람은 전화 올데가 있는 사람이라 합니다.
종합해서 최고의 행복 부부가 모두 건강한 사람이겠네요. 우리의 노후 설계는 부부가 건강하게 같이 차박을 즐기는 삶입니다.
오늘 아침, 차 안에서 나눈 대화는 우리 부부의 앞날을 다시금 정리하게 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자식에게 기대를 걸거나 짐이 되지 않고, 남은 삶을 오롯이 우리답게 살아갈 독립적인 길을 선택했습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설계한 이 차 안에서의 삶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누릴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이 건강하시길, 각자의 삶에서 당당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내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