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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Apr 24. 2024

남도의 철쭉명산 초암산

전라남도 보성군 겸백면 초암산 2024.4.22

진달래는 지고 철쭉은 아직 일러 아니 피고......

마땅히 유류비 써가며 먼 산을 갈 수 없고  기름값 적게 드는 근교산으로 갑니다. 

이른 감은 있지만 우리가 고른 산은

우리 집에서 1시간 거리인 철쭉명산 초암산입니다. 개화정도를 보고 다른 철쭉명산인 일림산과 제암산 갈 날짜까지 정하렵니다.


전라남도에는 철쭉명산이 있습니다. 보성군의 일림산, 제암산 그리고 초암산입니다.

일림산과 제암산은 연계산행을 해보았는데 일림산 주차장에서 다시 일림산주차장으로 돌아오기까지 20km가 넘는 거리입니다.

일림산은 철쭉이 산전체가 철쭉이어서 아래에서 쳐다보는 선명한 분홍빛  산과 정상에서 바라보는 분홍물결너머로 보이는 바다조망이 멋집니다.

제암산은 고위평탄면을 가득 채운. 철쭉제단과 능선길을 걸을 때 조망이 좋습니다. 초암산은 정상 부분 신비한 바위와 어우러져 핀 철쭉이 예뻐요. 우리는 해마다 3 산을 다 오릅니다.

오늘은 그중  집에서 제일 가까운 산 초암산으로 갑니다.




초암산 주차장에 도착하니 철쭉철도 아닌데 주차된 차가 몇 대 있습니다. 주차장에 있는 철쭉도 개화가 막 시작된 상태입니다. 아직 한참 일찍 온 것 같습니다. 우리는 커피를 한잔 하며 여유를 부리다 올라갈 거예요. 오늘은 최단코스로 올라갔다 그 길로 다시 내려올 거거든요. 2.8km 왕복 5.6km입니다.

옆에 차가 들어오고 산객  한 분이 배낭을 메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남편과 철쭉이 안 피었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실망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먼저 산에 올라가셨거니 했는데  커피를 다 마시고 보니 차도 없어져 버렸네요. 여기까지 왔다가 가버렸네요.

또 차가 한대 들어왔어요. 70대 노부부이십니다. 남양주에 살고 계신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최북단에서 최남단까지 내려오셨네요. 은퇴하시고는 자연을 찾아다니며 여유로운 노년생활을 즐긴다 하십니다.  국도를 따라 드라이브하며 여행하는 것이 힐링이 하십니다. 아직 철쭉은 안 피었을 거라는 것을 알아도 올라가십니다.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산길을 천천히 오르며 운동만 해도 됩니다."

그 먼 길을 오셨지만 철쭉명산의 소문을 듣고 초암산까지 오셨지만 실망하지 않고 긍정적 태도로 산을 오르시는군요.

지혜로운 분들이네요. 사실 꽃은 절정기에 보면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나름의 의미를 찾고 내 마음속에 행복을 저장하면 좋겠습니다.




  주차장 계단을 따라 오르니 초록초록한 풀들과 유채꽃, 여러 풀꽃들이 반겨줍니다. 등산로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저는 선계로 접어들었습니다. 눈부신 신록들 이 내 마음속에 꽉 찹니다. 4월 어느 산을 가도 신록이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을 거예요. 철쭉보다 신록이 마음을 꽉 채워줍니다. 기쁜 마음으로 산을 오릅니다.


연두, 초록, 담록 등 파스텔톤으로 그려진 한 폭의 수채화 한 폭 가슴에 넣고 우리는 그 수채화 속으로 출발!


되돌아보아도 눈이 호강합니다.

'아이 눈부셔, 4월의 잎새들.'

찌뿌둥한 날씨에

올까 말까 망설이던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남편에게 감사




초암산 등산로는 흙길이고 정비가 잘되어 있습니다. 경사도는 높지만  등산 잘하는 분들에게는 쉬운 코스입니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저는 땀 좀 흘리는 코스입니다. 오르막에는 뚜벅이니까요.  오늘은 비 온 후라 땅조차 질척거리는군요. 걸음속도가 다른 남편은 안보입니다. 억지로 내 곁에서 보조를 맞추는 것보다 이게 훨씬 편합니다. 같이 등산 한지 10년째 되는 우리에게는 자연스럽습니다.


매년 다니는 이곳 초암산, 철쭉이 만개한 때쯤 이 쉼터는 꽤 인기 있어 바위 한 귀퉁이 차지하기도 힘든 곳인데 오늘은 모두가 내 차지가 될 수 있는데요. 남편이 먼저 가버려서 나는. 앉아 쉬고 싶어도 통과합니다.  간절하게 한 자리 앉아 쉬고 싶었던 이곳, 기회가 될 때는 그냥 통과하게 되는군요.

조금만 더 오르면 경사는 완만해집니다. 뚜벅이 걸음이지만 쉬지 않고 오릅니다. 쉬는 곳은 언제나 앞서 올라간 남편의 선택입니다. 또 하나의 쉼터에 앉아서 기다립니다. 그곳은 오르막의 마지막 지점입니다.



꽃봉오리만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피었네. 분홍빛이 보입니다.


소방헬기가 낮게 나릅니다. 이처럼 낮고 안전한 산에서 사고 날 일이 없을 텐데......

훈련을 하는 건가?

목격한 분의 말은 청소를 하고 갔답니다. 행사를 앞두고 청소까지 하나요.  119 대원들께 감사


철쭉은 날씨만 좋으면 주말쯤 피어날 듯합니다.

그런데 요즘 계속 날씨가 선선해서  좀 더 늦게 개화할 수도 있겠네요.


작년 피었던 정상 주변 모습을 생각하며 환하게 웃음 지어봅니다. 축제를 앞두고 깨끗하게 정비해 둔 정상을 내려옵니다. 육산이지만 정상의 바위들이 신비롭고 철쭉과도 조화를 잘 이루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출 사진을 찍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우리가 올라온 수남주차장에서는 2.8km 겸백면사무소 쪽에서 오르면 3.5km이고 길은 더 완만하다 하고요.  광대코재쪽으로 능선을 따라 돌면 15km 이상의 거리를 걷게 됩니다. 초보에서 전문 등산가들까지 골고루 등산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산이지요.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민들레꽃씨가 바람에 날리고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솜털이 씨를 안고 바람에 날려가겠지요. 민혜경 씨의 노래에서 민들레홀씨되어라는 가새가 있어 논란이 일었을 때가 생각납니다. 홀씨는 버섯 같은 포자식물의 번식법이고 민들레는 종자식물이다.

그래서 민들레꽃이 지고 나서 맺히는 저 씨앗과 흰 솜털은 꽃씨이다.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닌데 민들레를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요?

후 불면 날아가는 이 하얀 씨앗이 신기할 뿐인데

그래서 사진을 찍었을 뿐인데......




짧은 코스를 다녀왔기에 꽃밭에서 노는 시간까지 3시간 10분이 걸렸다. 신록보고 감동을 받았고 꽃이 피어있음에 설렘을 느꼈다.

초암산 다음 주에 다시 오면 피크를 만나리라.

땀으로 젖은 얼굴에서는 짠맛이 난다. 몸도 가뿐하고 마음도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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