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희 May 13. 2024

의자의 주인은 누구인가?

남원춘향제 OST공연에서


일주일의 4일은 고흥 삼일은 차박 우리 생활패턴입니다. 5월 12일 오늘은 남원 춘향제를 보러 왔습니다. 황매산 가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춘향제에 참가해보고 싶어 일정을 바꾸었습니다. 오늘은  메인무대 공연을 보고 내일은 광한루원을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체험해보고 백종원 씨가 기획한 먹거리장터에 가서 막걸리도 먹어볼 계획입니다.

공연을 보기로 했으니까 우리는 앞자리를 잡으려고 다른 구경 하나도 하지 않고 메인무대로 일찌감치 갔습니다. 오후 4시였지요. 공연시간은 7시 30분부터입니다. 그때부터 앞자리는 모두 물건이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물건 놓인 자리를 피해서 중간쯤 앉았습니다.

얼마 후 남편이 앞으로 오라고 부릅니다. 한 자리씩은 몇 개가 비었는데 두 자리 나란히 있는 게 없었는데 같은 줄에 비어 있는 두의자가 있어 물건은 그대로 두고 순서를 바꾸어 나란히 앉았습니다. 4번째 줄입니다.


그 뒤로도 많은 사람들이 앞자리를 찾아옵니다. 물건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뒤로 가기도 하고 먼저 온 사람이 앉아야지 하면서 물건 위에 앉는 분들도 계십니다. 모두들 앞에 앉고 싶은가 봅니다.

6시가 되어서야 의자 주인들이 왔습니다. 앞쪽에 의자에 물건을 두고 다른 곳에서 축제를 즐기고 왔나 봅니다. 물건들이 우리의 도착보다 먼저 놓여 있었으니 물건의 주인들이 5시간 이상 의자에 앉아 기다릴 수는 없었겠지요. 의자의 주인들은 거의가 어린 중고등학생입니다.  맨 앞줄은 친구들이 떼 지어 왔습니다.  어쩌면 한 친구가 그 많은 자리를 잡아두었을 수도 있겠네요.


주위에 있는 학생들에게 어떤 가수를 좋아하느냐고 물으니 모두 좋아한다는 친구도 있고 탑현을 좋아한다는 친구도 있습니다. 오늘 출연가수는 린, 거미, izi, 탑현입니다.


맨 앞쪽이 소란스러웠고 질서유지를 하는 경호팀들도 왔습니다. 학생들이 잡아놓은 맨 앞자리 중앙을 웬 중년 여성이 앉아버린 겁니다.

우리가 맡아 놓은 차리다. 그런 게 어디 있느냐. 일찍 앉으면 되는 거지 비끼지 못한다 그렇게 대립이 되었고 남자경호원이 끼어들었으나 말리지 못했습니다. 서로가 팽팽하게 기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친구 중 누군가는 못 앉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러다 여자경호원 둘이 와서 한참을 이야기했습니다.

두쪽은 다 팽팽합니다. 여러 명과 기싸움을 하는


나는 주위를 둘러보다 정답을 찾았습니다. 앞쪽에 쌓아놓은 의자가 몇 개 있었어요. 저것 중 하나를 맨 앞자리에 놓아주면 되겠다 생각했어요. 정말 경호원이 의자를 하나 더 갖다 놓으면서 해결이 났어요. 중년여성분도 대단합니다. 누군가의 찐 팬인가 봅니다. 막무가내는 운명도 비껴간다 합니다. 부대뽀는 자리도 얻게 한다?


 맨 앞자리는 우리도 좋아하는 자린데요. 꼭보고 싶은 공연인지라 양보라는 것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우리도 앉고 싶은 자리는 맨 앞줄이었는데요. 그래도 이분이 부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공연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셨고요. 호응도 잘해주었습니다. 앞에 앉은 고등학생들은요? 열광적으로 응원하고 분위기를 활기차게 바꾸는 역할을 톡톡히 했답니다.


누가 자리에 앉아야 할까요?


첫 무대는 린입니다. 미성에 가창력이 좋습니다. 관중을 끌어들이는 목소리에 열창까지 하니  관중들은 뜨겁게 환호합니다. 저도 노랫소리로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Izi는 거친 목소리로 목젖까지 보이게 열창을 합니다. 린과는 다른 매력입니다. 내 사랑 내 곁에, 세상 오르고 살았노라 라는 노래를 부르자 아는 노래에 남편이 박수를 치기 시작합니다. 신구의 조합이 잘되어 좋습니다. 노인팬의 가슴을 들었다 놓았다 합니다.


탑현은 정말 예쁜 소리를 냅니다. 저음과 고음을 오르내리는 소리가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는 것 같습니다. 싱어송라이트라 옛 노래는 안 하네요. 학생들은 열광하고 저는 모르는 노래라도 가슴에 와닿습니다. 눈을 감고 바람을 느끼며 들었습니다.

감미로이 온몸을 감쌉니다.


마지막 무대는 거미입니다. 목소리도 보배급입니다.  남편은' 가만히 앉아있다가 님은 먼 곳에'라는 리메이크곡에만 반응합니다. 자기감정에 저렇게 솔직한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모두 4곡씩 부르고 내려간다. 오늘도 소리의 아름다움에 스트레스 다 풀고 왔습니다.


춘향제는 우리나라에서 오래된 축제 중의 하나랍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생각이 납니다. 내가 고등학생 때부터 거주하기도 했던 진주의 개천예술제도 오래된 축제인데요.

축제의 중심인물은 춘향과 논개네요.


내일은 광한루원에 가서 춘향전을 다시 생각해 보렵니다.









작가의 이전글 고흥에 머물다-유자나무 가지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