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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Apr 02. 2024

벚꽃기행1-드디어 고흥만 벚꽃길 개화

4월 1일 현재 벚꽃 70% 개화

"여보, 앞산이 꽃동산이에요. 저기 꽃나무가 언제부터 있었나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앞산이 환합니다.  엊그제 조금 따뜻하더니 준비하고 있던 꽃망울을 활짝 터드리네요.

이제야 피는구나!

고흥만 벚꽃

기다려 내가 간다.


설레는 아침입니다.


고흥군 두원면

십리벚꽃길

이제야

비로소

길이 환해져 있습니다.


이 길의 명소  카페 별 헤는 몰랑입니다. 휘늘어진 가지가 머리에 닿을 듯 운치 있게 만들어진 데크를 걷습니다. 수만 송이 하얀 꽃들은 랑거리고 오래된 나무의 품위가 풍깁니다. 벌떼들의 윙윙거리는 소리 또한 자연이 주는 음악 같습니다.


갓 깨어 난 꽃잎들은 황홀경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겠습니까?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이야기 삼매경에 빠진 남편

벚꽃이 무장해제 시킨 마음


유자나무의 초록과도 조화가 잘됩니다.

하늘과 벚꽃과 바람과 유자나무 그리고 이야기


긴 벚꽃나무 길 너머로 고흥만이 해살을 받아 유난히 반짝이는 은빛 윤슬을 만들고 있습니다.

벚꽃길에서 셔터를 열심히 누르는 것을 본 아까 이야기하시던 분이 말씀하십니다.

"사진을 그렇게 찍으면 눈에는 언제 저장합니까?"

"맞는 말씀입니다."


휴대폰은 가방에 넣고 눈으로 꽃을 보며 힐링합니다.

그러나 내 의지와는 달리

휴대폰은 손에 들려있고

순간을 포착하며 셔터를 누르고 있습니다.


예쁜 너를 천천히 지나가자.

찍기도 하고 보기도 하자.


이제 유채밭으로 갑니다. 앞서 찍은 젊은이들은 표정도 다양하고 포즈도 다양한데 우리는 매번 같은 포즈를 할까요, 젊은이들은 한 의자는 비우고  가까이 앉았는데 우리는 이것이 편합니다.


고흥만 방조제를 지나갑니다.


방조제를 지나면 또 하나의 벚꽃길이 있습니다.

도덕면 길이지요.


일조량이 좋은지 이곳은 개화율이 더 높습니다.

벚꽃터널을 지나갑니다.


이곳도 오래된 키 큰 벚나무길이고

데크길도 조성되어 있고

어! 언덕에 못 보던 주차장이 있네.

차를 세우고 걸어봐야지


주차장을 돌아보니 썬밸리 리조트와 연결된 시원한 바다 보고 걸을 수 있는 해변산책길이 있고 캠핑장도 조성되어 있네요. 아직 개장은 하지 않은 것 같고요. 바다가 바라 보이는  멋진 곳에 캠핑장 하나가 더 있네요.


벚꽃길을 걸어봅니다.


오후 햇살에 눈부신 꽃송이들


아직은 한적한 길

아무 근심 없이 바라보는 남편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 시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을 들려줍니다.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이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놓아 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름처럼 하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놓아 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동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정하게 앉아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떼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하고 싱싱해짐을 알 것이다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로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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