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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Jun 22. 2024

경험과 감동이 글로 풀리지 않아요-부안  내변산

글쓰기 어려운 날

 부안 변산반도, 즐겨가고 많이 가고 좋아했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못 갔다. 퇴직을 하면 200일 정도는 차박을 할 줄 알았는데 사정이 있었고 전라남도로 귀촌하면서 이곳에도 좋은 곳들이 많아 멀리까지 가는 것이 어렵다. 남편이나 나나 50대에는 2박 2일 금요일 오후에 출발하여 토요일 1 산 일요일 1 산을 하고 일요일 오후에 먼 거리를 운전해 오는 일도 거뜬히 했다. 이제는 체력이 달리는 것 같아 장거리를  운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는 1달에 1회 잡지사에 차박여행기를 쓴다. 그래서 예전에 다녔던 기억에 남는 곳으로 차박여행을 떠난다. 잡지사에 지면으로 인쇄되어 나오는 거라 부담이 커다. 그리고 작가라는 새 직업이 마음에 드는데 이 잡지 덕분에 작가라 내세울 수도 있다. 벌써 8번째인데 잘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강원도 태백의 대덕산으로 갈까? 퇴직 전 여름방학이면 강원도에서 1달을 보내고 왔다. 나는 태백, 함백산을 좋아하고  남편은 대덕산을 좋아한다. 이번에는 남편이 대덕산 생각이 나는 것 같다. 이 번호는 대덕산과 검룡소에 대하여 쓰는 것이 어떨까? 검룡소에서 차박하고 대덕산 올랐다가 두문동고개에서 백두대간길을 타고 검룡소로 내려오는 등산코스를 한다. 크게 힘든 코스는 아니라서 좋았다. 강원도산의 푹신한 느낌과 청량한 공기가 코끝에 닿는 듯하다.


어느 날

그런데 남편이 너무 먼 길이라 한다. 운전도 하기 어렵고 유류비도 많이 든다고 한다. 지금 퇴직 후라 일주일도 집을 비우기 거뜬할 것 같지만 텃밭이 문제고 공시공부하고 있는 아들이 있어 사나흘 이상 비우기는 힘들다.

그럼, 강원도는 여름에 보름정도 다녀옵시다.


그럼 이 번호 차박여행기는 어디로 갈까? 가까운 곳 순천만국가정원이 있고 영남알프스 천황산과 재약산, 간월산도 있다. 이곳은 가을에 가기로 하고 적당한 거리를 찾던 중 변산반도가 생각이 났다. 이곳에는 참 많이 다녔다. 새만금과 곰소항, 모항 등에서 차박하기도 좋았고 내변사, 쇠뿔바위봉, 내소사, 마실길 등 걷기도 좋고 구경할 곳도 많은 곳이다. 좋은 기억도 많은 곳이라 차박여행지를 바꾸었다.

그래서 곰소항에서 1박 하고 내변산을 오른 후 새 금방조제에서 1박을 하고 돌아왔다.

내변산 등산은 몸으로는 고생을 했으나 눈과 마음은 큰 울림이 있었다. 오를 때는 직소보와 선녀탕, 직소폭포, 재백이 숲등 숨은 보물을 하나씩 돌아보며 힐링의 길을 걸었다. 재백이 고개 이후는 조망터마다 펼치지는 짜릿한 풍경을 보았다.

좋은 조망이 있다는 것은 고된 오르막이 있다는 이다. 두 번째 내변산을 오르면서 비교적 쉽게 올랐기에 방심하고 올랐다가 숨이 가쁘기 시작했다. 느린 나의 걸음을 견디지 못한 걸음이 빠른 남편은 일찍 올라갔고 나는 너무 쉬면 남편이 하릴없이 기다리고 앉아 있을까 봐 오르막을 쉬지 않고 올라갔는데 숨이 가빴다. 가슴에 통증조차 왔다. 안 되겠다 싶어 충분히 쉬며 걸었다. 남편의 무료함보다 나 자신 몸이 소중한 까닭이다.

마당바위에서부터 터지는 조망은 천양희 시인이 직소포를 들다에서의 피안과 같다. 내변산의 숨은 보물들이 은은한 감동을 주는 피안이었다면. 바다와 산들이 보이는 이 넓은 세계는 격찬 감동을 보여주는 다이내믹한 감동이었다.

너무 오래 쉬면 컨디션 조절이 안되는지라 적당하게 앉아 쉬고 길을 떠났다. 바다 반대편으로 가니 직소보가 보인다. 철계단을 오르며 다시 한번 체력이 달리는 것을 느꼈다. 도저히 오르지 못하겠기에 난간을 잡고 계단에 앉았다.  숨을 몰아쉬고 있는 와중에도 직소보와 그 너머 산봉우리들과 푸른 숲에 싸인 하얀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몸의 피로는 풀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변산은 아름다웠다. 그냥 올라갔으면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혼자 피안에 빠졌다.

그 후 한걸음 한걸음 올라갔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맞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추월해 올라갔으나 나는 그들이 쉬고 있는 정상까지 올랐다. 모두들 나를 알아본다. 올라오셨냐고 반갑게 인사를 해 주신다.


관음봉

바다 조망이 좋다. 웅연조대라고 부르는 저 바다 풍경, 웅연은 곰연못 곰소를 말한다. 웅연조대는 부안의 줄포항에서 곰소항에 이르기까지의 바다풍경을 말한다.  배들이  떠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바다가 뻘밭이다.

서해는 갯벌이 넓기도 하다. 너른 뻘밭과 파란 늘과 툭 트인 시야가 좋다. 햇볕에 앉아있어도 전혀 덥지 않은 시원한 바람도 있다.

피안이란 아름다운 경치가 있는 곳이려나?


연세대 서은국교수는 인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라 했는데  관음봉에 같이 오른 다른 팀들은 서로 담소를 나누며 맛있는 것들을 나눠먹는다. 행복을 만끽하는 중인가 보다. 거기에 이런 절경까지 있으니 그 어려운 길을 올라왔으니 더욱 행복하리라. 우리. 부부도 마찬가지다.


내려가는 길

온길을 돌아내려가면 쉬운 길이겠지만 경치가 더 좋다는 길을 선택했다. 내가 선택한 길이지만 힘들었다. 내리막만 있는 게 아니라 오르막도 꽤 있었다. 남편은 좋아하는 코스다. 나는 힘에 부쳤다. 천천히 내려가면 괜찮다. 풍경이  아름다운 곳에서  오래 앉았다가 가면 좋으련만

남편은 자기 페이스대로 앞서 걷는다. 나는 힘든 것을 과장했다.  그러니 걸음이 좀 느려진다.

느린 사람이 빠른 사람 따라가는 것은 힘들다. 오늘은 다리가 아픈 것이 아니나 숨이 가쁘기 때문이다. 전망터가 많다. 400m쯤 되는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우리를 둘러쌓다. 아무 생각도 없이 풍경에 빠져든다.

그렇게 내려오니 시간은 걸려도 컨디션은 좋다.

 

집에 와서 글을 쓰려고 하니 멋진 글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본 그 아름다운 풍경에 대한 감동이 글로 표현되지 않는다.  쓴 한 문장한문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전문작가도 아니고 작가수업도 받은 적이 없어 잘 쓰는 데는 자신이 없다.

내변산에 대한 등산후기, 방송 등 수많은 글을 읽었다. 내 마음과 같은 글도 나온다. 글 잘 쓰는 작가들도 많구나 생각하며 나의 글도 수정했다.


고치고 또 고쳐야 하지만 글을 다시 보기가 어렵다

글쓰기도 힘들고 수정도 힘들다. 내게 만족할만한 글이 아닌가 보다. 딸에게 오자 수정을 부탁하고 글은 어떻더냐고 물었다. 괜찮았어. 1차 독자의 평가에 원고를 넘겼다.


피드백이 왔다. 요즘 여행은 계속하십니까?

글 쓰시는 게 어려움은 없습니까?

이제 잘리게 되나? 긴장한다.

수식어 많이 달지 말고 원래 쓰던 대로 원고 그대로 넘겨달라고 한다. 그래도 2년은 연재해야 할 텐데 잘 쓰겠다는 게 부담이 되어 잡지사의 포맷에 맞지 않는 글을 썼나 보다.


이제 다시 마음을 비운다. 그분들도 잘 쓴 글을 원하는 게 아니라  나의 글을 원한다는 것도 깨닫는다. 글은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쓰는 것이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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