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오는 텃밭에서
단비가 장마가 될지라도 오늘은 생명수다.
비가 내린다
뜨거운 햇볕에 헬렐레 시들 시들하던
내 텃밭에 단비가 내린다
간신히 매단 열매 몇 개 드러내 놓고
잎은 시들고 빨랫줄 같은 줄기
단비에
오이는 하늘을 향해
잎을 뻗어나가고 있다
화려한 가장자리를 꿈꾸여
이웃 김사장네서 옮겨 심은 설악초
허리를 굽히고 땅으로 깊게 고개 숙인 설악초
시든 잎 사이로 살며시 고개 내민 초록 잎새가 예쁘다.
심은지 한 달 한참 만에 고개 내밀더니
이제야 제모습 갖춘 로메인 상추는
쑤욱 자란다.
더워서 녹아내린 대파모종 그중에 초록 잎새가 하늘 향해 잎을 쳐든다.
심어 두고 관심 없어도
스스로 잘 자라는 고구마도 싱그럽다.
시들시들 나뭇잎이 떨어지는 가지
살아만 다오. 수세만 지켜다오
안타까움에 가슴이 아픈 유자나무 세 그루
건강한 여름잎이하나 둘 올라오면서
살 수 있겠구나 마음속에 희망하나 주고 있다.
어떤 싹인지도 몰라 잡초까지 키우는 곳
히카마 심은 자리다. 싹이 났는지 모두가 잡초인지 한 달만 더 두고 보아야겠다.
양배추, 상추, 시금치,
머위 쪽파, 당근, 가지 고추, 파프리카, 들깨
방아, 로즈메리 파슬리, 바질, 박하, 일당귀, 생강
국화, 설악초, 메리골드, 작약, 돌나물, 백년초, 분홍낮달맞이꽃, 맥문동, 둥굴레, 모시풀, 예뻐서 남겨둔 지란초 무리
어느새 내가 이리 많은 것을 키울까?
초보텃밭 농부
비 오는 텃밭에 단비가 내리면
내 보물들이 살아나서 무럭무럭 자란다.
고마운 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