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 나무가 고향이 되고
'돌아가다'라는 말은 다른 말과 어울리지 않아도
그 말만으로 평온하고 행복한 상태를 나타낸다.
우리는 '고향', '집', '엄마 품'과 같은 곳을 향할 때
'돌아가다'라는 말을 쓴다.
'고향으로 돌아가다.'
'집으로 돌아가다.'
'엄마 품으로 돌아가다.'
돌아가는 곳은 언제나 내 마음과 몸이 편히 쉴 수 있는 곳.
'돌아가다'라고 가만히 되뇌면
평화와 기쁨이 마음에 번져 온다.
그러니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향하는 곳을
고향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금파상회 앞 야광나무 한 그루.
장소만 고향이 아니라 나무도 고향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준 나무다.
사람도 세상도 마치 고장난 기계처럼
아무리 애를 써도 제멋대로 움직이거나 꿈쩍도 하지 않을 때
그래서 지치고 괴로울 때 저절로 마음속에 떠오르는 나무,
그립고 보고 싶어 돌아가고 싶은 나무가 있다면
그 나무가 바로 고향이 아니겠는가.
내겐 그 고향 같은 나무가 금파상회 앞 야광나무다.
이 나무를 처음 만난 건 스무 해도 더 된 오래전 봄날이다.
어느 구멍가게 지붕 위에 커다란 구름 한 덩이가 눈부시게 얹혀 있었다.
비현실적인 정경에 깜짝 놀라 군용 지프를 잠시 세우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한 그루 나무였고, 무덕무덕 꽃사태였다.
당시 나는 인근 부대에서 장교로 군 생활을 하고 있었다.
제대한 지 스무 해하고도 이태가 지났지만
해마다 5월이면 나무를 만나러 간다.
그사이 구멍가게에 진열된 주전부리, 라면은 점점 줄어들고,
먼지는 더 두텁게 앉았으며 주인 할머니는 해마다 눈에 띄게 노쇠해져 가셨다.
할머니가 쇠하고 약해지시면서 나무도 수세가 약해져 갔고,
어느 해인가 병충해를 심하게 입은 뒤로 주접이 들어
잎과 가지를 제대로 내지 못하더니
이제는 앙상한 가지만 남아 더 이상 구름 같은 꽃은 피우지 못하고
구멍가게도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