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함과 헌신성이 형체를 갖춘다면 그건 강아지의 모습이 아닐까
강아지는 강아지는 강아지.
그 강아지는 아마도 바구니 안에
다른 강아지들과 함께 있겠지.
그러다 조금 자라면 순수한
갈망 덩어리가 되는 거야.
그게 뭔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러다 누군가 그 강아지를 안아 들며 말해.
"이 아이 데려가고 싶어."
_ '시작은 이렇지' (매리 올리버, "개를 위한 노래(Dog Songs)", 창비, 2021)
자유로이 뛰어다니는 개들이 나무라면,
평생 목줄에 묶여 얌전히 걸어다니는 개들은 의자라고 할 수 있다.
(중략)
그런 개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광대하고 고귀하고 신비한 세계를 상기시켜 주지 못한다.
우리를 더 상냥하거나 다정하게 만들어 주지 못한다.
목줄에 묶이지 않은 개들만 그걸 해 줄 수 있다.
_ '개 이야기' (매리 올리버, "개를 위한 노래(Dog Songs)", 창비, 2021)
개에 목줄을 매지 말아야 한다는 매리 올리버의 생각에 동의하지만,
또 한편 어릴 적 유난히 개를 무서워하던 동네 형을 떠올리면 서로 다른 두 갈래의 생각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게 된다.
동네 형은 4학년이어서 나보다 한 학년 위였지만 몸이 허약해 함께 있으면 두어 살 어린 동생 같았다. 게다가 좀 늦되어서 자주 악랄한 동네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었다.
달동네인 마을은 실핏줄 같은 여러 골목으로 이어져 있었고, 형의 집은 겨우 어른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을 만한 좁은 골목길 안쪽에 있었는데 불운하게도 골목 입구의 집 주인이 개를 길렀다. 그리고 어찌된 심산인지 노상 개에 목줄을 채워 골목 앞 전봇대에 묶어 두었다. 개는 중개여서 아주 크진 않았으나 몹시 앙칼져 저보다 약해 보이는 아이들 앞에선 아르르거리며 함부로 이를 드러냈다.
나는 자주 그 골목길 앞을 지나다녔고, 골목 앞에서 잔뜩 울상을 한 채로 어쩔 줄 몰라하는 동네 형과 종종 마주쳤다. 그때 나를 발견하곤 반색을 하던 형.
"OO야, 저 개 좀 어떻게 해 줘."
학교가 파한 게 벌써 한참인데 형은 그 개 때문에 아직 집에 못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내가 개를 붙들면 형은 불에 덴 듯이 핑하고 달음질치던 게 하루이틀이 아니었으니, 그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보일 법도 하지만 겁에 질린 형의 눈빛을 본 나는 형을 놀릴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저 안쓰럽고, 성미 나쁜 개가 좀 미웠을 뿐.
그러니 뭐가 옳은지 나도 잘 모르겠다. 매리 올리버의 생각이 옳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개는 귀엽고 고귀하지.
진실하고 사랑스러운 친구지. 하지만
쾌락주의자이기도 하니까, 조심해.
- '짓궂은 미소' 중 (매리 올리버, "개를 위한 노래(Dog Songs)", 창비, 2021)
음악이나 강이나 부드러운 초록 풀이 없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개들이 없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_ '개 이야기' (매리 올리버, "개를 위한 노래(Dog Songs)", 창비, 2021)
※ 강아지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다음 시집을 추천해 드려요. 매리 올리버가 자신과 삶의 여정을 함께했던 반려견 루크, 벤저민, 퍼시, 리키, 베어, 바주기에 대해 쓴 시 35편과 산문 1편이 실려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