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서 만난 똥강아지들(2)

상냥함과 헌신성이 형체를 갖춘다면 그건 강아지의 모습이 아닐까

by 온돌향
바둑이(090103).jpg 약수터를 지키던 개, 바둑이 (파주 눌노리, 2005)


강아지는 강아지는 강아지.

그 강아지는 아마도 바구니 안에

다른 강아지들과 함께 있겠지.

그러다 조금 자라면 순수한

갈망 덩어리가 되는 거야.

그게 뭔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러다 누군가 그 강아지를 안아 들며 말해.

"이 아이 데려가고 싶어."

_ '시작은 이렇지' (매리 올리버, "개를 위한 노래(Dog Songs)", 창비, 2021)



검둥이(080330)5.jpg 바둑이의 친구. 바둑이와 달리 늘 목줄에 매여 있어 안쓰러웠던. (파주 눌노리, 2005)


자유로이 뛰어다니는 개들이 나무라면,

평생 목줄에 묶여 얌전히 걸어다니는 개들은 의자라고 할 수 있다.

(중략)

그런 개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광대하고 고귀하고 신비한 세계를 상기시켜 주지 못한다.

우리를 더 상냥하거나 다정하게 만들어 주지 못한다.

목줄에 묶이지 않은 개들만 그걸 해 줄 수 있다.

_ '개 이야기' (매리 올리버, "개를 위한 노래(Dog Songs)", 창비, 2021)



지리산 강쥐.png 덩치만 컸지 마음은 해맑은 아가였던, 그러나 덩치가 커서 동네 어린아이들이 놀아 주지 않았던 슬픈 개 (남원 산내면, 2005)


개에 목줄을 매지 말아야 한다는 매리 올리버의 생각에 동의하지만,

또 한편 어릴 적 유난히 개를 무서워하던 동네 형을 떠올리면 서로 다른 두 갈래의 생각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게 된다.

동네 형은 4학년이어서 나보다 한 학년 위였지만 몸이 허약해 함께 있으면 두어 살 어린 동생 같았다. 게다가 좀 늦되어서 자주 악랄한 동네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었다.

달동네인 마을은 실핏줄 같은 여러 골목으로 이어져 있었고, 형의 집은 겨우 어른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을 만한 좁은 골목길 안쪽에 있었는데 불운하게도 골목 입구의 집 주인이 개를 길렀다. 그리고 어찌된 심산인지 노상 개에 목줄을 채워 골목 앞 전봇대에 묶어 두었다. 개는 중개여서 아주 크진 않았으나 몹시 앙칼져 저보다 약해 보이는 아이들 앞에선 아르르거리며 함부로 이를 드러냈다.

나는 자주 그 골목길 앞을 지나다녔고, 골목 앞에서 잔뜩 울상을 한 채로 어쩔 줄 몰라하는 동네 형과 종종 마주쳤다. 그때 나를 발견하곤 반색을 하던 형.

"OO야, 저 개 좀 어떻게 해 줘."

학교가 파한 게 벌써 한참인데 형은 그 개 때문에 아직 집에 못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내가 개를 붙들면 형은 불에 덴 듯이 핑하고 달음질치던 게 하루이틀이 아니었으니, 그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보일 법도 하지만 겁에 질린 형의 눈빛을 본 나는 형을 놀릴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저 안쓰럽고, 성미 나쁜 개가 좀 미웠을 뿐.


그러니 뭐가 옳은지 나도 잘 모르겠다. 매리 올리버의 생각이 옳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금곡리의강아지(080308)(흑백).jpg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먼저 다가와 주었던 센둥이 (파주 금곡리, 2008)



금곡리의강아지(080308)3(흑백).jpg 친구들끼리 모여 즐겁게 (파주 금곡리, 2008)


개는 귀엽고 고귀하지.

진실하고 사랑스러운 친구지. 하지만

쾌락주의자이기도 하니까, 조심해.

- '짓궂은 미소' 중 (매리 올리버, "개를 위한 노래(Dog Songs)", 창비, 2021)



눌노리둘리개.jpg 늘 혀가 반쯤 빠끔히 나와 있어 우리 부부 멋대로 '둘리견'이라고 불렀던 강아지 (파주 눌노리, 2004)



밥재발바리(0411).JPG 놀아 달라는 표현을 너무 얌전하게 해서, 작은 아이가 너무 철이 들어 마음을 아프게 했던 강아지 (파주 밥재, 2005)



사랑스런흰둥이2(090103).jpg 순하고 상냥했던 흰둥이 (파주 장파리, 2009)



식현리바둑이3.jpg 가장 작은 목줄도 이 아이에게는 컸어요. 이렇게 작을 때부터 목줄에 묶여 지내는 건... 에휴... (파주 밥재, 2005)



식현리바둑이2.jpg 그래도 엄마와 함께 있으니 행복하답니다. (파주 밥재, 2005)



장파리강아지(080308)8.jpg 강아지 삼형제. 어미개만 묶어 두고, 강아지들은 풀어 놓았지만 엄마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파주 장파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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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나 강이나 부드러운 초록 풀이 없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개들이 없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_ '개 이야기' (매리 올리버, "개를 위한 노래(Dog Songs)", 창비, 2021)



장파리진돗개2.jpg 장파리에서 만난 아기 진돗개 (파주 장파리, 2008)



※ 강아지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다음 시집을 추천해 드려요. 매리 올리버가 자신과 삶의 여정을 함께했던 반려견 루크, 벤저민, 퍼시, 리키, 베어, 바주기에 대해 쓴 시 35편과 산문 1편이 실려 있답니다.

올리버.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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