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부 ―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매일같이 휴대폰으로 채용공고를 뒤지고, 근처 공장과 마트에 전화를 걸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았다.
“죄송하지만, 나이가 좀 많으시네요.”
“이미 사람 구했어요.”
수화기 너머의 말들이 점점 멀게 들렸다.
삼백만 원의 연체 빚은 여전히 내 어깨 위에 얹혀 있었고,
은행 문자 알림은 하루에도 몇 번씩 현실을 일깨웠다.
하루 종일 이력서를 들고 다니다 보면, 발바닥은 불에 데인 듯 화끈거렸다.
햇볕은 따갑고, 마음속은 점점 식어갔다.
길가의 가로수 그림자만이 내 동행처럼 옆에 붙어 걸었다.
잠시 앉은 버스 정류장 벤치 위,
내 옆으로 학생 둘이 지나가며 킬킬 웃었다.
“저 아저씨, 맨날 걷는 거 같지 않냐?”
그 말이 귓가에 스쳤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숙였지만, 마음 한쪽이 쿡 하고 찔렸다.
복실이는 여전히 집 마당에 있다.
내가 돌아올 때마다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반겨주지만,
그 눈빛 속에도 이상하게 슬픔이 비친다.
마치 나의 마음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처럼.
밤이면 휴대폰 불빛 아래 ‘희망노트’를 펼쳐 본다.
예전에는 ‘열심히 살자’, ‘다시 시작하자’ 같은 글귀가 빼곡했는데
이젠 손이 잘 가지 않는다.
희망을 적는 게 오히려 부끄러워진다.
나는 이따금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까지 버티는 이유가 뭘까.
복실이 때문일까, 아니면 아직도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는
작은 희망 하나 때문일까.
창밖으로 가을비가 내렸다.
비 냄새가 스며들자 잠시 마음이 차분해졌다.
세상은 변함없이 돌아가는데,
나만 멈춰 서 있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이 오면,
나는 또 걷게 될 것이다.
비에 젖은 길 위를,
묵묵히, 복실이를 떠올리며.